박은성 기자

등록 : 2018.02.09 04:40

[지역경제 르네상스] 겨울엔 산천어 여름엔 토마토...축제가 산업이 되다

등록 : 2018.02.09 04:40

축제공화국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 방문객 173만명

예산 대비 300배 넘는 경제효과

지역상품권 유통액도 13억원

축제로 지역경제 돌파구 찾아

강원 화천군에서 열린 산천어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맨손잡기 체험장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린 뒤 즐거워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잘 키운 축제 하나 열 공장 안 부럽다.”

산천어축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강원 화천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6일부터 28일까지 화천군 일원에서 열린 산천어축제에 국내외 관광객 173만3,979명이 다녀갔다. 2만7,000여명인 화천군 인구의 64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유치한 것. 축제 기간 내내 축구장 24개 면적에 뚫린 2만개 얼음 구멍마다 짜릿한 ‘손맛’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얼음낚시터는 물론 화천읍내 실내얼음조각광장과 커피박물관도 온종일 관광객들로 붐볐다.

해외 언론도 휴전선과 맞닿은 대한민국 최북단에서 열리는 축제에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지상파 방송인 ABC와 AP통신, 영국 BBC 등 해외 취재진이 지난달 세계 최고의 겨울 놀이터인 산천어축제 현장을 소개했다.

화천군은 겨울 산천어와 여름 쪽배와 토마토 등 독특한 소재를 접목시킨 이벤트로 낙후된 지역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들 축제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음낚시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를 넘어 캐나다 윈터 카니발과 일본 삿포로 눈 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와 더불어 세계 4대 겨울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산천어축제는 2006년부터 13년 연속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156만명이 다녀간 지난해 축제의 직간접 경제 파급효과는 2,446억원에 달했다. 축제 예산 8억원의 305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유발한 셈이다. 화천군은 올해 축제가 역대 최고의 경제효과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3일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 얼음낚시터가 짜릿한 손맛을 느끼려 찾아온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화천군 제공

산천어를 낚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화천읍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는 등 새 상권이 형성됐다. 현대식 펜션 등 관광시설도 크게 늘었다. 펜션을 운영하는 김진호(55)씨는 “군 장병들의 외출, 외박에 의존하던 지역경제가 산천어축제를 비롯한 각종 축제가 열리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산천어는 화천을 떠 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활짝 웃었다.

산천어축제는 단순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산업이다.

화천군과 주민들은 23일간의 축제를 위해 1년을 준비한다. 화천을 포함해 전국 18개 양식어가가 축제장에 투입할 산천어 175톤을 10개월 이상 정성스레 키워 공급한다. 국내 1년치 산천어 소비량의 90% 가량이다. 산천어 납품단가는 1㎏당 1만5,500원. 전체 수매액은 26억원에 달해 내수면 어업활성화로 이어졌다. 조상현 화천군 내수면어업담당은 “최근 들어 산천어 공급량이 늘어 강원지역은 물론 경북 울진과 봉화에서도 물고기를 공급 받고 있다”며 “축제 뒤 낚시터에 남아 있는 산천어를 어묵이나 소시지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화천지역 농민들은 1년간 축제장에서 판매할 농산물을 재배하고, 어르신들은 산천어 등 2만7,000여개를 직접 만들어 축제장과 시내 곳곳에 납품해 용돈을 손에 쥔다. 축제 기간 직ㆍ간접으로 고용하는 학생과 주민들도 화천군 인구의 9.2% 가량인 2,500여명에 이른다. 조금이라도 지역 전체가 산천어축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특히 화천군이 2006년 전국 최초로 축제장에서 유통한 상품권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축제 조직위는 얼음 낚시터 입장료 1만2,000원을 내면 5,000원을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상품권은 축제장에 마련된 농산물 직거래 판매장은 물론 화천지역 내 모든 상점과 전통시장,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자연스레 주민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졌다. 화천군은 올해 축제에서 13억원이 넘는 상품권이 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윤성순(39ㆍ경기 성남시)씨는 “입장료 일부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니 덤을 받은 느낌”이라며 “축제도 즐기고 질 좋은 청정 농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 등에 힘 입어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화천사랑상품권의 지난해 발행비용 대비 부가가치 비율은 15.9배로 나타났다.

화천군이 관광객들의 관광객들의 체류 기간을 늘리기 위해 밤 낚시와 차 없는 거리 등 야간 이벤트를 확대한 것도 ‘신의 한수’가 됐다. 군 관계자는 “밤 낚시에 이벤트에 참여한 관광객 8,900여명 가운데 70% 정도가 지역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묵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1박2일 관광객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 얼음낚시터를 찾은 외국인이 물고기를 낚아 올린 뒤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화천군 제공

화천군은 올 여름에는 쪽배ㆍ토마토 축제를 열어 축제공화국의 명성을 이어간다.

화천천 일원에서 열리는 쪽배축제는 물 놀이 위주의 밋밋한 행사에서 벗어나 참가자의 아이디어가 담긴 창작 쪽배 콘테스트라는 독특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매년 8월 화천군 사내면 문화마을에서 열리는 토마토 축제는 스페인 발렌시아 주 부뇰의 토마토 축제(La Tomatina)를 벤치마킹 한 이벤트. 불과 나흘 간 열리는 축제임에도 매년 관광객 10만명 이상을 유치했다. 농산물 판매 등 직접 경제효과만 60억원이 넘는다. 국내 대형 식품업체와의 제휴로 지역과 기업의 모범적 상생모델로도 꼽히고 있다. 올해 축제에는 토마토 더미 속에서 금반지를 찾는 이벤트와 접경지 특성을 살려 군 부대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계획이다.

화천군은 지역축제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 한 지역발전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6차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답게 매년 색다른 이벤트를 추가해 경쟁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외형적인 관람객 수에 연연하기보다 농산물 생산과 유통, 관광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시스템을 구축,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화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지난해 강원 화천군 사내면 문화마을에서 열린 토마토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금반지 찾기 이벤트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화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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