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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밀려드는 위협과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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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밀려드는 위협과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가자

입력
2017.12.31 23:5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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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과 다짐에 가슴이 뛸 만하지만, 밀려드는 위기와 도전에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매듭짓지 못해 미뤄둔 일과 새로 주어질 과제 모두 만만하지 않아서다.

새해에 우리가 마주할 가장 큰 불안은 안보 위협이다.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핵ㆍ미사일 도발이 수시로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겼으나 그나마 자잘한 군사충돌 한 번 없이 한 해를 넘겼다. 그러나 새해에는 지난해 못잖은, 아니 그보다 더한 불안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주변 안보정세가 충돌-대화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결정적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의심스럽다. 북한이 이런 의심을 씻기 위해 ‘최종 검증’ 단계까지 핵ㆍ미사일 도발을 이어가 ‘레드 라인’을 명백히 넘어선다면 그 동안 여러 차례 군사행동 불사를 다짐한 미국이 계속 ‘종이 호랑이’로 남으리란 보장이 없다. 반면 김정은이 방향을 틀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군사충돌 가능성은 크게 완화되게 마련이다. 국제적 대북 압박이 올해는 지난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층 분명한 효과를 드러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정은의 양자택일은 물론 미국의 선택과 맞물려 있다. 올해 미국은 중간선거를 치른다. 북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중간선거에서 피해갈 수 없는 쟁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쪽으로든 북핵 문제를 매듭짓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미국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지금의 강 대 강 국면은 새해 여름까지는 가파르게 지속될 것이다. 다만 ICBM 실험 중단을 마지막 조건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일정 부분 용인하는 선에서 타협의 출발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런 타협이 이뤄지든, 끝내 불발해 북미 간의 군사충돌 위기가 다시 고조되든, ‘장ㆍ단기’라는 차이만 있을 뿐 한반도에는 안보위협과 불안요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궁극적 관심이 북핵 문제의 불가역적 해결에 기울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쟁만은 막아 내겠다는 각오 분명해야

한반도에서의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다짐은 새해에도 유효하다. 그러나 고강도의 제재ㆍ압박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한미일 3각 공조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러시아를 견인하려는 구상은 이미 한계를 보였다. 더욱이 지난해 정부의 4강 외교가 확연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한 데다 위안부 문제 등으로 중심축인 미일 양국과의 공조에도 틈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 선언은 정부 간 합의마저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대외적 불안을 던졌다. 대중 관계 역시 아직 살얼음판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으로 사드 문제는 일단 봉인했다지만, 경제보복 해제 등 많은 현안의 해결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그마저도 안보정세 요동에 따른 상황변화의 고비마다 거듭될 중국의 ‘3불 입장’ 확인 요구 등과 맞물릴 수밖에 없어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결국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엇갈리는 주장과 논리에 정부가 어떻게 지혜롭게 대응하느냐가 새해 우리 안보정세의 관건이다. 무엇이 국익에 맞는지, 그 실현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날로 커지는 국력에 걸맞게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노선과 이념을 불문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최적의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 감정을 거슬러서라도 정답을 찾아내려는 용기 또는 필요하다.

국내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6ㆍ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지난해 박근혜 파면과 문재인 정부 출범이라는 뜨거운 정치과정을 거치면서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분산과 지방분권 강화, 국민 기본권 확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미 개헌 시기를 둘러싼 갈등에 휘말렸고,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여야 이견이 커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면, 당장 의회 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되는데도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편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법 개정안을 함께 내놓아야 할 국회의 현실이 오죽 답답했으면 국민공론화위원회 방안까지 거론될까. 더할 나위 없는 개헌 기회인 올해마저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이 절실하다.

실용ㆍ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라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보다 실용ㆍ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언론과의 밀월(蜜月)도 끝나 ‘적폐청산’과 동시다발적 개혁과제의 제시만으로는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진짜 국정관리 실력이 본격적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그 동안 제시된 개혁과제의 분명하고 꾸준한 실현이 중요하다.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려면 입법권력과의 협치가 불가결하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과의 관계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소통 노력과 과감한 정치적 양보도 필요하다. 그런 노력만이 틀에 박힌 야당의 태도 변화를 부를 수 있다.

실용과 통합의 정신은 경제운용에서도 긴요하다. 이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만큼 변화가 급물살을 탄 것도 드물다.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극심한 양극화를 부른 자유시장경제의 약점을 공정경제로 메우고, 사회복지와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일자리ㆍ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민대중을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 유지와 지속성장의 기반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팽창적 재정정책,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잇단 대기업 견제, 친노동 정책 등이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의 활력과 효율을 해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기에 새 정부 경제 운용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된 ‘혁신성장’ 관련 규제개혁이 답보,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책에 대한 회의도 싹텄다.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두 날개로 날겠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부문을 비롯한 일자리 창출과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정책 등이 강력 추진되는 가운데, 민간이 체감할 수 있는 적극적 규제혁신 방안이 기대된다. 변화에 대한 국민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효과적 혁신성장 정책의 적극적 가동에 무게를 실어주어야 한다.

국민의 각성과 다짐에 달렸다

지난해 산업계는 그나마 일부 업종에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자신하기 어렵다. 당장 무역불균형과 FTA를 둘러싼 미국의 통상공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친노동’과 ‘공정경제’를 내건 정부의 각종 규제도 마주해야 한다. 더욱이 유가와 금리, 원화 가치가 동시에 상승하는 ‘신3고’의 파고도 넘어야 한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흐름을 뒤늦게라도 추격하기 위한 R&Dㆍ설비 투자도 늘려야 한다. 중국의 기술 추격도 점점 거세지고 있어, 중간재 부문의 뚜렷한 우위까지 상실하는 것조차 거의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일자리 늘리기 정책 등에서도 정부 및 노동계와 적잖은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일자리를 실효적으로 늘리려면 민간의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과감한 규제개혁이 뒤따라 마땅하다.

새해의 과제가 모두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의 몫일 수는 없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지도자와 정부의 지혜와 용기도 최종적으로 국민이 뒷받침한다. 위기와 불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벗어나 연말에 우려와 달리 “제법 행복한 한 해였다”고 되돌아볼 수 있으려면 새해 첫날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한다. 촛불혁명의 기억을 되살리면 충분히 가능하다. 북의 군사위협에 온몸으로 맞서겠다는 용기, 복잡한 이해충돌에서 최대한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는 관용, 비본질적 사익은 공익에 양보하는 희생, 스스로의 직무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일깨울 수 있다면 새해에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을 새해 선물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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