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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서울 떠난 전설의 두 외인 “수원 팬,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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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서울 떠난 전설의 두 외인 “수원 팬, 기대하시라”

입력
2018.03.22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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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니퍼트, 두산에서 kt로

7년 간 두산의 ‘니느님’으로 통해

나이 탓 재계약 실패 후 깜짝 이적

두산 팬 신문 전면광고 “고마웠다”

K리그 데얀, FC서울에서 수원삼성으로

8년 간 득점왕 3연패 등 대기록

“더 뛰고 싶다” 지도자 제안 거절

내달 8일 시즌 첫 슈퍼매치 기대

2018년 1월 4일,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동갑내기 외국인 스타가 한날 둥지를 옮겨 큰 화제를 모았다. KBO리그 더스틴 니퍼트(미국)는 두산 베어스에서 kt위즈로, K리그 데얀(이상 37)은 FC서울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다. 서울에서 수원 연고 팀으로 갈아탔고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재계약에 실패해 깜짝 이적이 성사됐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두산에서만 7시즌을 뛴 니퍼트는 팬들 사이에서 ‘니느님’으로 통하는 최고의 선발 투수이고 데얀 역시 서울에서 8년을 뛰며 한 시즌 최다 득점(12년ㆍ31골), 최초 득점왕 3연패(11~13년) 등 숱한 대기록을 만든 ‘전설’이다. 이적 발표 후 두산과 서울이 홈 팬들에게 적지 않게 지탄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곧 친정 팀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kt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두산과 3연전을 벌이고 수원은 다음 달 8일 서울과 시즌 첫 슈퍼매치(수원-서울의 라이벌전)를 치른다. 니퍼트를 지난 18일 홈경기장인 kt위즈파크에서, 데얀을 지난 22일 구단 클럽하우스에 각각 만났다.

니퍼트 “두산전? 다른 팀처럼 당연히 이기고 싶다”

kt의 더스틴 니퍼트가 지난 18일 수원 kt위즈파크 내 구단 연습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t 제공
kt의 더스틴 니퍼트가 지난 18일 수원 kt위즈파크 내 구단 연습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t 제공

더스틴 니퍼트가 kt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아직 낯설다. 2011년부터 7년간 줄곧 두산에 몸 담았던 그는 kt에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동안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캠프 도중 어깨에 가벼운 통증을 느껴 실전 등판 없이 개막을 준비했다.

니퍼트는 “예전과 같은 패턴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일정이 확실하게 정해진 게 아니라 (등판이)조금 늦어질 수는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근황을 밝혔다. 두산을 떠나 새 팀에서 시즌을 맞는 것에 대해선 “처음 캠프에 합류했을 때 처음 본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많아 적응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면서 “지금은 편하고 생소한 느낌은 없다”고 설명했다.

kt는 두산과 재계약에 실패한 뒤 은퇴 위기에 내몰렸던 그에게 손을 내민 은인 같은 구단이다. 니퍼트는 두산에서만 7시즌을 뛰며 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승(94승)을 올렸다. 2015년과 2016년엔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1선발 투수로 큰 공을 세웠다. 2016시즌 22승을 거두고는 역대 최고액인 210만달러에 재계약 했다.

니퍼트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kt 제공
니퍼트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kt 제공

두산 팬들 사이에서 ‘니느님’으로 통했던 그는 지난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지만 시즌 종료 후 두산의 보류 명단(구단이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할 선수)에서 제외됐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와 구위 저하를 우려한 구단의 선택이었다. 니퍼트와 이별을 하게 된 두산 팬들은 신문 전면 광고로 고마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했다. 계약금을 낮춰서라도 국내 리그에 잔류하고 싶었던 니퍼트는 우여곡절 끝에 2012~13년 두 시즌 동안 두산 사령탑을 역임했던 김진욱 감독이 있는 kt와 10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니퍼트는 “사실 두산이 재계약을 안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현실로 다가왔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후 새로운 인생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kt가 다가와줬다. 그 때부터 매우 행복했다”고 지난 과정을 돌이켜봤다.

니퍼트. kt 제공
니퍼트. kt 제공

얄궂게도 kt의 올 시즌 수원 홈 개막 3연전(3월30~4월1일)은 니퍼트의 친정 두산이다. 니퍼트는 “두산과 홈 개막전에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팀 상황과 일정에 맞춰 등판하겠지만 두산과 싸울 경우 꼭 두산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팀처럼 당연히 이긴다는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말했다.

본인처럼 비슷한 운명으로 수원행 열차에 탑승한 데얀에 대해 니퍼트는 “야구 외에 다른 스포츠를 보지 않아 잘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날에 계약하고, 새로운 팀과 도시로 온 만큼 좋은 시즌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잘 마치고, 많은 승리로 수원 팬들을 즐겁게 해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수원=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데얀 “슈퍼매치 골 넣어도 세리머니는 안 할 것”

푸른 유니폼을 입고 수원 삼성 엠블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데얀. 화성=류효진 기자
푸른 유니폼을 입고 수원 삼성 엠블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데얀. 화성=류효진 기자

푸른 유니폼을 입은 데얀이 위풍당당한 포즈로 수원 엠블럼 앞에 섰다. 최고의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등 번호 ‘10’이 유독 선명했다.

그는 “‘검빨’(검은색과 빨간색이 들어간 FC서울 유니폼)을 오래 입어 푸른 색은 어색할 줄 알았는데 다 적응됐다. ‘블루 데얀’(수원 팬들이 부르는 별명)이라는 별명도 친숙하다”고 활짝 웃었다.

데얀은 홈 데뷔전이었던 1월 30일 타인호아(베트남)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5-1 대승을 이끌었다. 그는 “적으로 방문했던 빅버드에 서니 떨리고 두려웠다. 하지만 수원 팬들의 작은 몸짓, 박수 하나에서 나를 얼마나 환영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수원과 서울은 스페인 프로축구의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처럼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사이다. 서울은 작년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데얀에게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가길 제안했는데 데얀이 현역 연장의 뜻을 굽히지 않아 결별했다. 데얀은 “수원과 서울이 얼마나 서로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작년 말 (서울은) 내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나는 정말 뛰고 싶었고 운동장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 때 수원이 내게 문을 열어줬다”고 허심탄회하게 이적 배경을 밝혔다. 지방 구단도 데얀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데얀은 “가족도 생각해야 했다”며 수도권 구단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FC서울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게 된 배경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데얀. 화성=류효진 기자
FC서울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게 된 배경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데얀. 화성=류효진 기자

수원은 프로축구 최고 명문으로 꼽히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공교롭게 당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팀이 데얀이 속해 있던 서울이었다. 10년 전 아픈 기억을 떠올린 그는 “수원은 환상적인 팬과 좋은 환경을 갖춘 빅 클럽이다. 무시무시했던 옛 명성을 되찾는 데 내가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3개 대회를 병행한다. 데얀은 “(시즌 막바지인) 11월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눈을 반짝였다.

팔짱을 낀 채 활짝 웃는 데얀. 화성=류효진 기자
팔짱을 낀 채 활짝 웃는 데얀. 화성=류효진 기자

4월 8일 빅버드에서 시즌 첫 슈퍼매치가 열린다. 서울 시절 수원을 상대로 7골이나 터뜨렸던 ‘수원 킬러’ 데얀이 친정 팀을 겨눈다. 그는 “서울전에서는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는 안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어 “복수심은 없지만 난 프로다. 우리 팀은 3점(승리)을 원하고 난 찬스가 5개 오면 그걸 다 넣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니퍼트에 대해 데얀은 “프로야구는 솔직히 잘 모른다”면서도 동갑이고 같은 날 옮겼다는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올해 수원이 축구, 야구 모두 좋은 성과를 내길 바란다. 니퍼트와 시즌 끝나고는 한 번 만나게 되지 않겠느냐”고 미소 지었다.

화성=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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