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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글쓰기책은 강원국이 유시민보다 낫다는 소리 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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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글쓰기책은 강원국이 유시민보다 낫다는 소리 들을 겁니다”

입력
2018.06.22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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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글쓰기'를 낸 강원국 작가. 그의 요즘 구호는 '유시민 타도'다. 김주성 기자
'강원국의 글쓰기'를 낸 강원국 작가. 그의 요즘 구호는 '유시민 타도'다. 김주성 기자

“유시민을 이기는 게 목표입니다. 지명도나 지식 면에서 부족하지만, 그래도 글쓰기 만큼은 강원국이 낫더라는 소리를 꼭 들을 겁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에 이어 드디어 ‘강원국의 글쓰기’를 내놓은 강원국(56)작가가 꼽은 경쟁자는 역시 ‘작가 유시민’이었다..

이길 자신은 있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돌베개)에는 “정석만 있고 꼼수가 없다.” 보통 사람들은 유시민과 달리 말과 글 재주가 없다. 그래서 암중모색 끝에 터득한 ‘꼼수’가 절실하다.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죽을 고생을 하며 배웠으니, 그 측면에선 자기가 더 낫다는 논리다. 또 하나는 ‘60만 대군’의 존재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30만부 정도 나갔어요. 도서관 독자까지 치면 최소 50만 독자가 있습니다. 거기다 이제껏 1,000회 이상 강연하면서 최소 10만명의 청중을 만났습니다. 제 책은요, 60만명이 기다리고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무반응이 야속하다. “일절 반응을 안 하네요. 같이 싸워야 동급이 되는 건데. 편승전략이라 하죠? 계속 물고 늘어져야죠. 반응이 올 때까지. 허허허.“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는 다른 사람의 글쓰기에 대한 얘기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일종의 독립선언이다. ‘작가 강원국’ 타이틀을 단. 나름대로 각오가 비장할 수 밖에 없다. 짐작하듯 농담과 진담 사이를 오가는 허허실실 어법이다. 하지만 듣기와 읽기가 아니라 말하기와 쓰기를 해야 하고, 그게 인간 존재 그 자체라는 대목에선 진지했다. 강원국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 증거라고, 이 책에서 바로 그 얘기를 하고 싶었노라 했다. 특강을 위해 뉴질랜드로 출국하기 전 20일 그를 만났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 참여한 사람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뿌듯하겠다.

“아주 좋다. 또 좋은 게, 그게 제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나온 게 2014년 2월이었다. 강연하려 해도 박근혜 정부 2년 차 때였으니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 얘기니까 관공서나 기업 같은 곳은 눈치를 봤다. 그래서 쓴 게 ‘회장님의 글쓰기’였다. 전직 대통령 아니라 회장님 얘기니까 핑계대기 좋으라고.”

-지방선거까지 이겼으니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확실히 그런 일은 없어졌다. 이제 지방선거까지 이겼으니 시장은 더 넓어졌다. 허허.”

-국내외를 가로지르며 하루에 2~3개씩 소화하는 강연 일정이 힘들지 않나. 주변에서 줄이라 한다고 들었다.

“아직은 불러주시는 게 고맙고, 강연대에 서는 게 설렌다. 사실 의외로 내가 나대는 걸 좋아하는구나, 관심받고 주목받는 거 좋아하는구나, 나 스스로 놀라고 있다. 나이 오십 때까지 상사 말씀 들으면서 ‘없는 사람’처럼 살았는데, 어디 가면 자기소개나 3분 스피치 이런 것도 잘 못하던 사람인데 말이다. 글 쓰고 강연하게 되면서 그게 다 깨졌다. 지금은, 지금의 내가 ‘진짜 나’라는 걸 느끼며 산다.”

-글쓰기의 힘인가.

“쓰면 말하고 싶어진다. 말해보면 읽고 들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드러내보지 않으면 부족함을 모른다. 드러내보면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또 못 되는 대로 채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쓰기와 말하기를 하면 듣기와 읽기는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강연 때문에 해외를 가보면 확실히 그렇다. 그쪽에선 학교에서 쓰기와 말하기를 가르치고 평가한다. 학생들은 쓰고 말하기 위해서 듣고 읽는다. 토론하고 발표하고 에세이 쓰려면 뭔가 내용이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우리는 듣기와 읽기만 가르친다.”

-우린 그런 분위기가 아니긴 하다.

“신영복 선생님이 ‘읽기, 듣기는 자기가 아니다, 말하고 써야 그게 자기 정체성이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딱이다. 우리는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듣고 정답을 알 때만 손 번쩍 들고 딱 정답만 쓰고 말한다. 거기다 경쟁 일변도라 잘 섞이지 않고 따로 논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게 없고, 남과 섞여보지 않으니 이견을 용납 못하고 타협이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일 걱정한 것이 그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 공화국을 외치지 않았나.

“그러길 원했는데 청와대에서도 그러질 못했다. 결국 대통령 입만 쳐다봤다. 다른 의견 내면 ‘대통령 앞에서 망신 줬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다른 의견을 내면 누구나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당연한 거다. 하지만 그걸 다스리는 게 교육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고민한 게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협력과 연대의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는가였다. 아마 살아계셨으면 그걸로 책을 쓰셨을 것이다. 대통령직 못지 않게 그런 고민을 책으로 남겨두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셨으니까.”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메디치 발행ㆍ336쪽ㆍ1만6,000원

-강연 다녀 보면 말하고 쓰고자 하는 욕구가 느껴지는가.

“그렇다. ‘대통령의 글쓰기’ 이후 글쓰기 책 시장이 형성됐다는 게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있다. 사람들이 이제 뭔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글쓰기 책뿐 아니라 심리학 책의 유행도 같은 맥락이라 본다. 예전엔 나를 드러낼 필요도, 알 필요도 없었다. 이제 나에 대해 잘 알고 말하고 싶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잘 알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말하고 쓰는 것’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강연에서 듣는 주된 고민은 어떤 것인가.

“주 대상이 직장인들인데 윗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라고 한다. 그럴 때면 솔직히 충고한다. ‘작품 하지 말고 제품을 만들라’고. 회사, 조직은 요구가 있고 그 요구에 맞췄을 때 월급을 주는 곳이다. 직장인들 다 그렇게 산다. 진짜 고민해야 할 건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다. 회사 말고 다른 곳에서 홀로 뭔가 쓰고 말하는 게 있는가다. 직장인들은 영혼을 팔고 다니는 사람들이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자기를 좀 챙기고, 자기를 잃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고 말해준다.”

-이 책엔 그런 이들을 위한, 유시민 작가와 다른 ‘꼼수’가 가득한가.

“직접 보면 알 게 된다. 하하.”

-대통령, 회장님을 벗어난 강원국의 책이다. 독립선언이다.

“맞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내가 잘 났다는 게 아니라, 내가 있어서 세상이 있다는 얘기다. 나를 드러내고 싶었다. 책으론 이제 나왔지만 쓴 걸로 따지면 거의 4년 되는 글들이다. 블로그 등에 쓴 글들, 그리고 강연에서 해왔던 말들이 모두 녹아 있다. 이건 총론 격이니까, 앞으론 각론을 쓰고 싶다. 공무원의 글쓰기, 주부의 글쓰기 해서 한 10권쯤 쓰는 게 목표다. 그 다음에 글쓰기 학교를 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글쓰기는 어떤가.

“노무현 문재인, 두 분 글 스타일이 비슷하다. 단문으로 팩트 위주로 논리적으로 쓴다. 언젠가 한번 글 쓴 것 보고 실력이 너무 좋아 놀란 적이 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초고를 일필휘지하듯 쓸 수 있는, 혹은 초고를 보고 ‘이거 아니다, 내 생각은 이렇다, 받아 적어 봐라’며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구술할 수 있는 사람은 김대중, 노무현 두 분 정도 아닐까 싶다. 그 두 분에겐 문장력이나 지식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문 대통령은 구술은 안하고 초고가 올라오면 꼼꼼하게, 40% 이상 고치는 스타일로 알고 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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