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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국제 과부의 날(6월 23일)

입력
2017.06.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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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과부의 날이다. widowed-women.co.uk
6월 23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과부의 날이다. widowed-women.co.uk

쓸 때마다 머뭇거려지는 단어 중 하나가 ‘과부’(寡婦)다. 국어사전은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한자어 뜻풀이로 보면 “결핍된 지어미(아내)”란 의미다. 쓰기 머뭇거려지는 까닭은 아마, 의미 자체보다는 단어를 더럽혀 온 어떤 문맥과 거기서 비롯된 꺼림칙한 뉘앙스 때문일 것이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 ‘미망인’(未亡人)이 있지만, 거기에는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않은 여자’라는 아연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렇다고 ‘배우자와 사별한 여성의 날’이라고 풀어 말하기도 그래서, 그냥 과부의 날이라 쓴다.

국제 과부의 날은 2010년 유엔이 정했다. 앞서 인도 펀잡 지방 출신 기업인 라즈 룸바(Raj Loomba, 1943~)가 과부로 그를 포함한 7남매를 기른 어머니를 기려 2005년 영국에서 ‘룸바 재단’을 설립했다. 과부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불의를 세상에 알려 그들을 도울 길을 찾자는 취지였다. 그의 어머니는 37세에 과부가 되면서 온갖 사회ㆍ경제적 차별과 가난에 허덕여야 했다고 한다. “내 할머니는 젊은 어머니에게 반지 등 장신구를 벗고 빈디(기혼여성의 표식으로 이마에 찍는 점)를 지우게 한 뒤 애도의 의미로 오직 흰 옷만 입게 했다. 내 아버지의 숨이 멎던 날, 개인으로서의 어머니의 삶도 멎었다”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과부뿐 아니라 싱글맘과 편모 가정 등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차별은 인도나 그의 어머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단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세계에는 2억5,900만 명의 과부가 5억8,500만 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그 가운데 과부 1억1,500만 명이 가난 때문에 생존을 위협 당한다.

그의 재단 활동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부인 체리 블레어(Cherie Blair)와 가봉의 퍼스트 레이디 실비아 봉고 온딤바(Sylvia Bongo Ondimba)가 캠페인에 동조했고, 유엔이 움직였다. 현 재단 회장이 체리 블레어다. 체리의 공을 칭송하는 인도 현지 신문의 한 기사에는, 하지만 이런 댓글도 달려 있다. “이라크를 가장 과부가 많은 나라로 만든 책임이 그의 남편에게 있는데, 그가 재단 회장이라고?”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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