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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코딩 없이 챗봇 만들기? ‘시리’는 안 돼도 ‘심심이’ 정도는 가능

입력
2018.03.07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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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연동된 ‘챗봇 빌더’ 이용

‘평창’ 주제로 수다 떨 캐릭터에

인사말ㆍ선수 자료 등 입력

챗봇과 대화 하나하나 구성

AI 수준 안 높고 영어를 기반

아직은 입력한 말만 반복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터디룸에서 신혜정(왼쪽) 기자가 스타트업 ‘화이트래빗’의 김윤형(오른쪽) 실장에게 코딩없이 챗봇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터디룸에서 신혜정(왼쪽) 기자가 스타트업 ‘화이트래빗’의 김윤형(오른쪽) 실장에게 코딩없이 챗봇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오대근 기자.

챗봇과 대화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챗봇을 만든 사람도 있다. ‘구글 같은 최첨단 정보기술(IT)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겠지, 또는 엄청 똑똑한 개발자일거야’라고 단정하던 찰나, 고등학생들이 만든 챗봇을 발견했다. 용인 풍덕고 학생들의 학교정보봇 ‘클립’과 용인외고 학생들의 ‘합실이(HAFS시리)’다. 그날의 급식메뉴를 알려주는 이 챗봇들을 보니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 정도면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자가 ‘문송(인문계라서 죄송)’했던 과거에도 불구하고 감히 도전하게 된 건 코딩 없이도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챗봇 빌더’라고 하는 일종의 챗봇 제작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가능하다. 빌더는 페이스북ㆍ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개발정보를 이용해 가상의 인공지능 채팅 계정을 만들어준다. 개발정보공개가 활발한 해외에선 이미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도 다양한 빌더를 이용해 자신만의 챗봇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용인 풍덕고 학생들이 만든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 챗봇 ‘클립’은 매점정보 및 급식메뉴 정보 등을 제공한다. 챗봇 화면 캡쳐.
용인 풍덕고 학생들이 만든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 챗봇 ‘클립’은 매점정보 및 급식메뉴 정보 등을 제공한다. 챗봇 화면 캡쳐.

본격적으로 챗봇을 만들어보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챗봇 강의를 하는 스타트업 ‘화이트래빗’의 김윤형 실장을 만났다. 김씨는 다양한 빌더 중 ‘챗퓨얼(chatfuel)’을 추천했다. 주로 페이스북에 내장된 메시지 기능과 연동되는 플랫폼으로, 월스트리트저널ㆍ포브스 등 약 7만개의 회사들이 챗퓨얼을 통해 자체 챗봇을 제작했다고 한다.

챗퓨얼로 챗봇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가입을 해야 한다. 홈페이지(chatfuel.com)에 접속하면 바로 뜨는 ‘무료로 시작하기’라는 버튼을 클릭하고 계정을 입력해 로그인할 수 있다.

그 다음 페이지의 왼쪽 상단에 위치한 ‘새 봇 만들기’라는 빨간 버튼을 클릭하면 본격적으로 챗봇을 만들 수 있는 페이지가 등장한다. 기본 원리는 챗봇의 응답을 답은 대화 카드를 여러 개 만들어 추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입력만 하면 챗봇은 말 그대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게 된다. 정말 대화가 통하는 챗봇에는 ‘캐릭터’와 ‘메시지’가 있단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헬로우봇’을 만든 스타트업 ‘띵스플로우’도 사용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쌀알ㆍ호박 등을 의인화한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고 저마다의 성격을 설정해 세심하게 말투와 대화순서를 설계했다고 한다.

'챗퓨얼’ 속 챗봇 제작 화면. 더하기(+) 버튼 또는 ‘추가버튼’을 눌러 직접 대화내용을 설정해줘야 한다. 웹페이지 캡쳐.
'챗퓨얼’ 속 챗봇 제작 화면. 더하기(+) 버튼 또는 ‘추가버튼’을 눌러 직접 대화내용을 설정해줘야 한다. 웹페이지 캡쳐.

나의 챗봇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추억하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선수들의 이름을 입력하면 그들의 어록이나 사진을 보여주는 식은 어떨까?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선 우선 챗봇의 대화 순서를 뜻하는 ‘그룹’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면 더하기(+) 모양의 버튼이 나오는데, 여기에 직접 ‘안녕 반가워’ 등의 문장을 입력해 대화를 구성할 수 있다. ‘이상화’ ‘김영미’ 버튼을 만들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빠른답변’ 구성도 가능하다.

인사말을 입력하고, 선수들의 이름과 어록, 사진을 하나하나 입력하며 대화를 구성해나갔다. ‘이제 어느 정도 됐겠지’라 생각하며 우측 상단의 ‘챗봇 시험하기’라는 버튼을 누르자 새창이 뜨면서 내가 만든 챗봇이 ‘반가워요’라고 말을 건다. ‘어떤 선수를 좋아하냐’며 묻기도 한다. 뭉클함도 잠시. 챗봇은 입력한 말만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었다. 김 실장은 “챗퓨얼은 자체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 대화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 수준이 높지 않은데다 영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직 자연스러운 대화를 제공하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챗퓨얼로 그럴싸한 챗봇을 만들려면 다양한 한국말 대화를 입력해 직접 인공지능을 구축해야 한다. 전문 프로그래머가 개발하지 않은 인스턴트 챗봇은 10년 전 메신저 챗봇인 ‘심심이’ 수준을 벗어나긴 어려운 셈이다.

지난달 27일 '챗퓨얼' 실습을 통해 만들어 본 챗봇. 그럴듯한 질문을 하지만 실은 일일이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답을 한다. 챗봇 화면 캡쳐.
지난달 27일 '챗퓨얼' 실습을 통해 만들어 본 챗봇. 그럴듯한 질문을 하지만 실은 일일이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답을 한다. 챗봇 화면 캡쳐.

사실 챗퓨얼은 미국 제품이라 설명도 모두 영어다. 그래서 웹브라우저의 영한번역 기능을 사용해야 좀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조만간 이런 장벽을 넘어 한국말로 그럴싸한 챗봇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글로 챗봇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소상공인들이 상업용 챗봇을 만들 수 있는 ‘네이버톡톡 챗봇에디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개인용ㆍ단체용 챗봇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빌더도 나온다. 스타트업 ‘봇그리다’는 같은 이름의 챗봇 빌더를 개발해 빠르면 올해 중순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개발자 최승필씨는 “누구나 시나리오만 등록하면 쉽게 챗봇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빌더를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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