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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고 굶어 죽는 개농장서 구조된 누렁이들

입력
2017.02.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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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102. 2~7세 혼종견 19마리

동물자유연대 한 활동가가 경기도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와 눈을 맞추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 한 활동가가 경기도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와 눈을 맞추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달 중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경기도의 한 개농장에서 개 수십 마리가 얼어 죽거나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활동가들이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찾은 현장은 말 그대로 참혹했습니다. 비닐 하우스 견사 천장 비닐은 다 뜯겨 있었고, 눈과 비, 바람이 그대로 몰아치는 내부로 들어가자 수십 마리의 개들이 이미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은 상태였습니다. 추위에 떨었던 새끼 강아지들은 반 플라스틱 밥그릇 안에 웅크린 채 그대로 얼어 죽어 있었고, 이미 죽은 지 오래 되었는지 눈이 쌓인 채 뼈만 남은 사체도 발견 됐습니다.

활동가들은 살아 남은 20여 마리의 개들에게 밥이라도 빨리 먹이고 싶은 마음에 물에 불린 사료와 습식사료, 물을 주었습니다. 또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뜬장을 비닐로 감싸고 안에 담요를 넣어주었습니다. 이후 개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고 하는 도중 갑자기 개농장 주인이 나타났고 활동가들과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해서는 주인의 소유권이 인정되면서 주인의 동의 없이는 구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행한 담당 공무원이 긴급피난 조치를 발동해 활동가들은 남은 개들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 당시 개농장 뜬장 속 개가 물에 불린 사료를 주자 허겁지겁 먹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구조 당시 개농장 뜬장 속 개가 물에 불린 사료를 주자 허겁지겁 먹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남은 개들을 뜬장에서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개들에게 뜬장에서 나가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으로 사력을 다해 뜬장으로부터 나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고, 구석에 몰리자 울부 짖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구조한 19마리 가운데 건강상태가 심각히 악화되거나 외상이 있는 3마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16마리(암컷 9마리, 수컷 3마리)는 현재 경북 경주의 위탁소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나이는 두 살에서 일곱 살 사이입니다.

대부분의 개들이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개들은 몸을 덜덜 떨기부터 한다고 해요. 예방 접종을 맞히기도 힘들었는데 사람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그만큼 안간힘을 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가니 접종을 허락했다고 하네요. 이후 개들은 사람에게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맴돌기도 하고 일부는 사람들이 쓰다듬어 주자 반항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경기 한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구조된 후 지내는 위탁소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한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구조된 후 지내는 위탁소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입원 중인 3마리는 퇴원을 하면 경기 남양주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나머지 16마리는 경주의 위탁소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곳에선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성 훈련도 할 예정이라고 해요.

평생을 뜬장에 갇힌 채 옆에 친구들이 죽어나가는 걸 지켜보면서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기다림과 관심 아닐까요. 이들에게 세상도 살아갈 만하다는 걸 알게 해줄 따뜻한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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