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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같던 응급실이 확 변했다...쾌적한 응급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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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같던 응급실이 확 변했다...쾌적한 응급실로

입력
2014.09.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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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100억원 투입해 1시간 내 개인별 원스톱서비스

전공의 위주 운영 방식도 바꿔 전문의 중심으로 진료 질 높여

위급환자 최후 보루 중환자실은 전담 의학과 만들어 24시간 돌봐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태블릿PC를 이용해 환자에게 병세를 설명하고 있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태블릿PC를 이용해 환자에게 병세를 설명하고 있다.

병원 문화가 바뀌고 있다. 중환자실에서는 선진국처럼 환자 한 명 한 명마다 24시간 집중 치료(Intensive Care)를 하고, 장터 같은 응급실은 호텔처럼 쾌적해지고 있다. 병원에 가면 여러 곳을 떠돌면서 치료하는 불편이 없어지고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정착되고 있다. 열악해지는 건강보험 체계 속에서도 병원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 핵심에 삼성서울병원이 있다. 4회에 걸쳐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화를 살펴본다.

응급실(ER)ㆍ중환자실(ICU)의 변화

“응급실이 쾌적하다고. 그럴 리가?” 뇌졸중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다녀온 A씨의 말에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사실 국내 대부분의 병원 응급실은 상당히 낙후됐다. 대형 병원의 경우 하루 평균 200~300명 정도의 환자가 응급실에 몰리는 탓에 장터를 방불할 정도다. 고성이 오가고 혼잡한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로부터 기다리지 않고 적정한 치료를 받기는 우물에서 숭늉 찾기나 다름없다. 심지어 자리가 없어 야전침대에 누워도 감지덕지할 정도다. 응급실을 제대로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국내 의료현실 탓이다. 구조적인 문제인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응급실에 긴급히 옮겨져 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응급실에 긴급히 옮겨져 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응급실 전 상황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ERㆍEmergency Room)의 구조적인 문제를 깨부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Happy ER, HappiER, Patient’를 모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한 명, 한 명마다 맞춤형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전문의들의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치료가 무엇인지 정확히 결정해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실시간 응급의료정보 시스템 ‘POINT(Patient Oriented Information NeTwork)’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혁신의 백미다. 응급실 곳곳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응급실 전체 상황은 물론 환자 본인의 진료 및 검사순서와 시간, 입원 및 퇴원 등에 필요한 예상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전처럼 무턱대고 응급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과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00억 원을 들여 응급실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개선했다. 가용 면적을 2배 가량 넓혔다. 동시에 환자 별로 증세에 따라 진료구역을 세분화했다. 그래서 A씨의 말처럼 ‘쾌적한 응급실’에서 직접도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병원에선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응급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대표하는 것은 '1+1+1 시스템’. 응급실을 찾는 한 명, 한 명의 환자에게 개인별로(1)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 각 진료 분야 전문의가 원 스톱(1) 진료서비스를 제공해 초기 진단 및 치료계획을 정하기까지 모든 결정을 1시간(1) 내에 마친다. 이는 마치 생산기술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도요타생산방식(TPSㆍToyota Production System)’의 핵심 개념과 통한다. 그 핵심 개념은 효율을 높이되, 비용은 줄이고, 누구나 쉽게 일을 이해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덧붙여 전공의 위주로 응급실 운영을 해오던 다른 병원과 달리 전문의 진료를 중심으로 응급진료 질을 크게 높였다. 환자 중심의 혁신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국내 보건의료 관계자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몽골 복지부 소속 담당 의사가 한 달간 연수를 받고 돌아가며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송근정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장은 “우리 병원 응급실은 환자 개개인에 맞춘 새로운 응급실 문화를 창조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앞으로 진정한 환자 중심의 응급실 문화를 만들어 환자행복을 향한 또 다른 가능성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병원처럼 중환자위해 24시간 전담팀 가동

응급실이 병원을 찾는 환자의 첫 관문이라면 중환자실은 마지막 관문이다. 마지막 관문을 잘 지켜야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가정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중환자실을 만들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를 개설했다.

국내의 열악한 수가 탓에 투자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 같은 결정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환자 생명을 맡겨야 하는 가족은 물론 의사들까지 이 같은 혁신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삼성서울병원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의 중환자 치료시스템을 도입했다. 우선 각 중환자실(ICUㆍIntensive Care Unit)마다 전담팀이 구성돼 교수, 임상강사, 전공의, 전문간호사, 약사, 영양사 등 중환자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 회진팀을 운영 중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는 130여 개의 침상이 있다. 이를 24시간 전담하는 팀이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조차 인력ㆍ비용문제로 하버드대를 포함, 피츠버그대 등 일부 유명 대학병원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도 이 길을 택했다. 지난해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사결과, 패혈증 환자를 중환자 전담의가 치료했을 때 사망률이 41.6%에서 18%로 줄었다. 앞으로 삼성서울병원 중환자 치료 성적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조기 대응팀(Rapid Response Team)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환자상태가 나빠지면 언제든 출동해 환자 소생을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심장과 폐가 악화된 환자 치료에도 3명 이상의 전문의가 논의 후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회복에 대비해 조기 운동치료 등 재활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장 겸 중환자실장(호흡기내과 교수)은 “중환자의학과 개설로 진료의 질과 환자 안전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위급한 환자의 처음과 마지막 단계의 핵심진료 시스템이지만, 수익성과 거리가 멀다 보니 병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병원이 가장 먼저 과감한 혁신을 통해 ‘환자행복을 위한 의료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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