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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생존수영

입력
2018.04.08 15: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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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수영은 일반 수영과는 다르다. 위급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기르는 게 목적이다. 중요한 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물 위에 최대한 오래 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누워 코와 입을 수면 위로 내민 채 버티는 것인데, 젖은 옷의 무게를 견디면서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저체온증도 이겨내야 한다. 보통 10도 이하의 바닷물에서의 생존시간은 최대 3시간 정도여서 상체를 웅크린다든지 해서 체온 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해수욕장에서 파도에 휩쓸린 10대 소년이 구조대가 올 때까지 20여분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생존수영을 한 덕분이다.

▦ 우리나라에는 30여 강과 260개가 넘는 계곡, 60여 호수, 300개 이상의 해수욕장이 있다. 삼면이 바다여서 그만큼 수상안전과 관련된 위험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수련회나 MT 등으로 물가를 찾지만, 생존수영 등 기본적 안전교육만 받았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후진적 사고가 매년 되풀이된다. 2013년 고교생 5명이 사망한 충남 태안군 해병대 캠프 사고, 3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2014년 세월호 사건, 지난해 12월 15명이 숨진 영흥도 낚싯대 침몰 사고 등이 비근한 예다.

▦ 선진국들은 생존수영을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일본은 1955년 수학여행 중이던 초ㆍ중학생을 포함, 168명이 숨진 시운마루(紫雲丸)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중학교까지 생존수영을 의무화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일정시간 이상 물에 떠 있거나, 일정거리 이상 헤엄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한다. 실제 사고에 대비해 평상복을 입고 하는 착의(着衣) 수영도 가르친다. 수영을 영법 정도로만 이해하는 우리와는 한참 다르다.

▦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초등학교 일부 학년에서 실시되는 생존수영이 2020년까지 전학년으로 확대된다. 지난달 말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에 생명권과 안전권이 신설될 정도로 정부 관심도 크다. 그러나 현실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수영장이나 강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생존수영을 어떻게 가르칠지 표준화된 기준표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생존수영을 교육한다면서 수영복이나 수영모, 물안경을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수없이 반복하는 안전불감증만큼이나 매번 못이 박히도록 듣는 탁상행정도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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