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성장환경 모르면 성폭행 피해아동 오해해 2차피해”

알림

“성장환경 모르면 성폭행 피해아동 오해해 2차피해”

입력
2016.11.24 04:40
0 0

대부분 정서적 학대ㆍ방임 경험

애정 주는 척 접근해 저항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 피해아동이라고 하면 건강하고 밝고 행복하게 잘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괴한에게 당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당수 피해아동은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정서적 학대, 방임을 경험한 아이들이에요. 폭력을 당해도 말할 사람이 없다는 점 등 아이들의 취약함을 간파한 가해자들이 아이를 위하는 척 접근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지요.”

장형윤(36ㆍ사진)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알려진 아동 성폭력에 대한 오해부터 짚었다. 그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해바라기센터의 유일한 상근 의사다. 매년 50명 이상의 피해아동을 만나고, 치료하고, 의학적 연구를 도맡아 하고 있다. 마침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는 성폭력추방주간이다.

장 부소장은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피해아동들이 대개 2차 피해를 당한다”라며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 등 맥락을 이해해야 사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피해아동들이 수사 과정에서 ‘없는 일을 지어낸 아이’ 취급을 받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증거가 없을 때 일관된 진술이 가장 중요한데, 횡설수설하거나 특정 장면을 기억해내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죠. 그런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가해자의 말을 떠올려 했던 말을 뒤집거나, 충격적인 일을 겪다 보니 방어 기제로 순간적인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거든요. ‘왜 즉각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 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느냐’라고도 하는데, 가해자들은 애정이 결핍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다가가기 때문에 피해 아동들이 저항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이 모든 걸 상식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다 이상해 보이죠.”

장 부소장은 같은 범죄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의 말을 일단 믿어주는 게 첫 번째고, 사건을 알게 됐을 때 경찰에 신고하거나 전문기관(여성긴급상담전화 1366 또는 해바라기센터)에 의뢰하는 게 필수”라며 “쉬쉬하거나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그런 행위는 피해자에게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서 신뢰를 하지 못하게 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성폭력 예방 교육도 단순히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게 장 부소장의 지론이다. “성폭력 등 부정적인 경험은 심장질환, 폐질환 위험을 높이는 등 보건학적 관점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라며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세밀히 규명해 포함시키면 좀 더 와 닿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편에 서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로 인해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