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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등록 : 2017.11.18 11:00

트럼프와 틸러슨은 왜 다른 호텔에 묵었나

등록 : 2017.11.18 11:00

문재인 대통령이 7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내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이달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 남산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향했다.

반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남대문에 위치한 힐튼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정상회담의 주연과 최측근 조연이 한국을 찾아 하룻밤을 묵으면서 서로 다른 호텔에 거처를 정한 것이다. 더구나 다음 날은 동북아 3개국 순방의 마지막 격전지인 중국 방문을 앞둔 중요한 시점이었다.

두 호텔간의 거리는 3㎞ 남짓. 어찌 보면 그리 멀리 떨어진 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2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상징성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다.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해외순방에서 막판까지 촌각을 다투며 각종 현안을 조율할 백악관과 국무부의 수장을 굳이 떼어놓을 이유가 없다. 정부 소식통은 17일 “해외에 나가면 대통령과 주요 장관들은 통상 한 곳에 묵는데 왜 숙소를 따로 잡았는지 우리도 의아했다”고 전했다. 당시 함께 방한한 백악관 취재단은 보안유지 차원에서 미 정부 대표단과 거리를 두고 신라호텔에 둥지를 틀었다.

이에 대해 한미 외교당국은 “단순히 실무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미 측 방한단의 규모가 워낙 커서,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호텔에 틸러슨 장관이 비집고 들어갈 만한 방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같은 호텔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백악관 수행원들에게 틸러슨 장관이 밀린 셈이다.

그런데 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숙박한 호텔의 4개 층을 통째로 빌렸다고 한다. 나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그럼에도 틸러슨 장관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국 방문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일본을 찾았는데, 이때는 둘 모두 도쿄에 있는 데이코쿠(제국) 호텔에서 묵었다. 과거 맥아더 장군이 집무실로 사용하던 곳이다. 왜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숙소를 따로 정했는지 더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서는 백악관과 국무부,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양측은 한반도 정세와 대북정책을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의 압박으로 북한 김정은을 몰아붙여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항복선언에 초점을 맞춘 반면, 국무부는 어떤 식으로든 물밑 대화채널을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아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강온 양면 대응을 ‘채찍과 당근’, ‘좋은 경찰, 나쁜 경찰(Good Cop, Bad Cop)’ 전략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외 메시지 혼선으로 동맹국에 불필요한 부담을 떠안긴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올 1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지 10개월이 지나도록 국무부는 동아태차관보와 주한미국대사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국무부의 의견이 미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미덥지 않게 여기는데다 백악관과 국무부간 알력도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미 정부의 ‘한국 총괄 핵심 3인방’ 가운데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국방부 아태 차관보와 달리 유독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만 누구를 임명할지 기약이 없다. 일본의 경우 주일미국대사는 트럼프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속전속결로 취임식을 했지만, 주한미국대사는 한동안 거론되던 하마평마저 자취를 감춘 상태다. 미 국무부의 주요 한국 직위가 곳곳에 구멍이 뚫려 백악관을 상대로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소식통은 “미 정부의 한반도 인선이 마냥 늘어지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서 숙소를 따로 잡은 건 이상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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