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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서 떨어진 아이 두 명을 맨손으로 받아 낸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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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서 떨어진 아이 두 명을 맨손으로 받아 낸 소방관

입력
2017.11.21 16:3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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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근 인천서부소방서 센터장

불길 거세지자 “아저씨 믿어”

암수술 2주 만에 현장 출동

불이 난 3층집에서 아이들 둘을 받아 구한 정인근 소방관.
불이 난 3층집에서 아이들 둘을 받아 구한 정인근 소방관.

“고귀한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 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타는 화재 현장 속에서 어린 남매를 맨 손으로 받아 낸 정인근(54·소방경·사진) 인천서부소방서 원당119안전센터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오전 10시54분 발생한 인천 서구 한 다세대 빌라 화재 현장에서 3층에서 밑으로 던져진 아이 2명을 맨손으로 받아 냈다. 신장암 제거 수술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자기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몸을 던졌다.

신고를 접한 그는 직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이 외벽을 타고 2~3층으로 번지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2층 가정집과 유일한 출구인 빌라 가운데 계단을 타고 전 층으로 퍼진 상태였다. 건물 뒤쪽에서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어른 5명이 3층 계단 창문 앞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높이가 6m 정도 되어서 위험해 뛰어내리지 말라고 제지했다. 현장에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성이 “그럼 아이들이라도 먼저 구해 달라”고 했다. A양(5)과 B군(3) 등 2명이었다. 검은 연기는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정 소방관은 “당시 아이를 본 순간 아이들은 연기를 마시면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체할 시간이 없어 내가 밑에서 받을 테니 내려보내 달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하나, 둘, 셋’을 외치고 “와” 소리와 함께 떨어진 아이는 그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암 수술로 몸무게가 56㎏로 줄어든 그가 4m 높이에서 떨어지는 15㎏의 여자아이를 받아낸 것이다. 두 번째 아이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냈다.

정 소방관은 5층에서 구조요청이 들어와 직원들과 함께 5층으로 달려가 8명을 무사히 구해 내기도 했다. 그는 1988년 소방사로 들어와 올해로 29년 차인 베테랑 소방관이다. 지난달 25일 신장암 수술을 받아 4주간의 요양이 필요했지만 그는 2주 만에 현장으로 복귀해 귀중한 생명을 구했다.

정 소방관은 “당시 그 자리에 다른 소방관이 있었더라도 맨손으로 받아 냈을 것”이라며 “더욱이 아이를 밑으로 내려 준 그 남성이 있기에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겸손해 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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