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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의 동시동심] 나의 꿈

입력
2015.10.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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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의 ‘사쿠라’는 지금도 잘있는지? 나는 동물원 담장 안으로 들어가서 코끼리를 만난 적이 있다. 아이들과, 코끼리 사쿠라의 사연을 책으로 쓴 김황 작가와 함께. 코끼리가 거니는 풀밭에 둘러앉아서 사육사의 이야기를 듣고, 코끼리가 자는 방에도 들어가보았다.

사쿠라는 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 입양되었다가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왔는데, 김황 작가가 이러한 사연을 자세하게 추적했다. 재일동포인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육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외국인은 공무원인 사육사가 될 수 없어 동물 논픽션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을 적는 난에 무엇을 적었던가. 그 시절엔 대개 대통령, 과학자, 장군 같은 것을 적어 냈다. 요즘 아이들은 가수, 영화배우, 요리사를 적을까? 아니면 의사, 변호사, 공무원?

‘나의 꿈’의 아이는 사육사가 되고 싶어 한다. 사육사가 되어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것’을 꿈꾸는 게 아니다. 포악한 사자를 여러 마리 기르고 전봇대만한 기린과 눈 맞추고 이야기하겠단다. 비단구렁이를 목에 칭칭 감고 뛰놀겠단다.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나의 꿈’은 무얼까. 우리 아이들이 수능을 잘 보고 일류대학에 가는 것, 정규직에 취직하는 것, 매출이 쑥쑥 오르는 것,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유신독재 미화를 저지하는 것….

그것이 꿈일까? 그것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전에 내가 동물원에서 만난 코끼리 사육사는 사람들이 안 볼 때면 코끼리를 번쩍 들어 목마를 태우고 놀지도 모른다. 코끼리 똥을 뭉쳐서 공기놀이를 할지도 모른다.

김이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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