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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2014년의 김상곤과 2018년의 이재명

입력
2018.03.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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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후보 1순위 ‘공통점’

무상급식 아이콘 인지도 김상곤

4년 전 ‘공짜버스’ 논란에 급추락

이재명 1800억 배당 이슈 부상

서민 아파트 공급, 뒤집은 결정

민주당내 주자들도 비판에 합류

‘중도층’ 표심 등 여론 향배 주목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이재명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이재명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딱 4년 전 이맘때입니다.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은 범 야권(현 여권)의 경기도지사후보 1순위였습니다. 당적도 없었던 그는 야권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김진표, 원혜영 등 내로라하는 민주당 후보들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혁신학교 등 개혁적 교육정책으로 중도ㆍ진보 성향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리며 정치권의 ‘러브콜’이 쏟아진 것입니다. 정권을 쥐고 있던 보수정당이 궤멸했을 때가 아니었는데도, 보수 후보였던 남경필 현 도지사와의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그는 견고한 지지를 등에 업고 도지사 도전에 나섭니다.

그렇게 화려하게 비상했던 김 전 교육감의 날개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전국적 인물로 각인시켰던 ‘무상’ 정책에 꺾입니다. ‘공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무상버스’로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르신, 학생부터 출발해 중장기적으로 무상 대중교통 시대를 열겠다 호소했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보수진영뿐 아니라 아군 경쟁자들까지 ‘선심성’ ‘공짜 병(病)’ 등의 자극적인 용어로 비판을 쏟아내면서 궁지에 몰렸던 것입니다. 우호적이었던 중도층 마저도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김 전 교육감에게 차갑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는 결국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허무하게 패배하며 현실 정치의 쓴맛을 봤습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달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등록장소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달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등록장소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4년 뒤 현재, 여권의 경기지사 후보 1순위는 이재명 성남시장입니다. 우호적 여론이 압도적인데다 정책 등도 파격적이어서 김상곤 전 교육감의 당시 행보와 겹칩니다. 그 역시 ‘청년배당’, ‘무상교복’ 등으로 인지도를 쌓더니 조만간 성남시장직을 그만둔다고 합니다. 경쟁자들은 이 시장의 각종 배당 정책을 두고 서서히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장의 대장동 이익금 1,800억원 배당 계획은 4년 전 김상곤 교육감의 ‘무상버스’가 연상될 만큼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대장동 개발은 2020년 말 끝나는데도 이익금부터 1,2년 당겨 정산, 시민에게 나눠주겠다는 이 시장의 구상에 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꼼수라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도지사 출마를 위해 성남시를 떠나려는 그가 차기 성남시정을 ‘좌지우지’하는 모양새라 월권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배당하겠다는 돈이 애초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 아파트를 지으려 했던 밑천이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그를 향한 견제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과도하다. (건설) 비용에 비해 수혜자가 적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경쟁자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성남은 공공 임대아파트 보급률이 8% 수준에 불과한 곳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재까지 성남에 공급된 공공 임대아파트 2만7,800세대 중 시가 자체 보급한 세대는 고작 170세대뿐이라고 합니다. 계획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는 1만8,000세대 중에서도 시의 구상은 1,400세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주거복지가 헌법(35조)이 규정한 위정자들의 의무임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습니다.

서민주택 공급에서 배당으로 방향을 틀면서 담당 공무원들과의 소통이나 타당성 검토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성남시는 정책 결정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이나 임대아파트 건설 등을 책임지고 조율하는 담당 부서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1,800억원 배당의 경제성이나 효과는 검증됐는지, 구체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현장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배당 계획을) 알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고 “임대 아파트 지을 땅이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어쨌든 이 시장은 4년 전 김상곤 전 교육감이 일부 보좌진의 만류를 뿌리쳤던 것처럼, 자신의 결정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의 생각은 경기도지사가 되더라도 변함이 없을 듯합니다. 아니, 되레 배당 실험을 확대할지 모릅니다. 그의 측근들이 석유가 나오는 미국 알래스카주는 시추권을 팔아 시민배당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김상곤의 과감한 ‘무상’ 정책에 불안감을 노출했던 4년 전 ‘중도’가 이재명의 현금 ‘배당’ 마케팅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보수정권의 탄핵,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 등 여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정치란 ‘생물’이고 민심은 물 흐르듯 변하니까요.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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