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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타고난 갈색 머리 염색하라니" 일본 블랙 교칙 철폐 운동 확산

입력
2018.01.07 15: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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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지도 등 낡은 교칙으로 학생들 고통 받는다는 논란

선천적 갈색머리 여학생에 검정염색 지시, 소송 걸리면서 공론화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 고등학생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 고등학생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오사카 지역의 한 고교에서 학생 두발지도에 관한 소송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블랙교칙(校則)’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타고난 갈색 머리를 검정으로 염색하라는 지시를 받은 여학생이 등교를 기피하면서, 사실상의 이지메(집단괴롭힘)나 다름없다며 지난해 9월 학교측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종업원을 혹사시키는 회사를 일본에선 ‘블랙 기업’이라고 부른다. 이를 빗대 블랙 교칙을 없애야 한다는 운동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교칙은 어떻게 정의될까. 문부과학성은 ‘학생이 건전한 학교생활을 하고, 더 나은 성장ㆍ발달을 해가도록 각 학교의 책임과 판단으로 정해지는 일정한 규칙’이라고 설명한다. 단 학생들과 학부모 의견을 청취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감안해 적극적인 재검토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최근 불합리한 부분을 고발하고 공론화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어린이ㆍ학생 관련 비영리단체(NPO)들이 시작한 ‘블랙 교칙을 없애자! 프로젝트’모임은 이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옛날의 상식으로 만들어진 교칙이 재검토되지 않은 채 세월이 흘러 많은 아이가 고통받고 있다”며 “일본사회 전체가 새로운 규칙을 생각해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오사카부 교육청은 지난달 두발 및 교칙 전반을 점검하도록 관내 부립고교에 일제히 지시했다. 이 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학교들도 눈에 띈다.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구의 다이토(大東)학원고교는 학칙과 수업에 대해 학생과 보호자, 교직원이 모이는 ‘3자 협의회’를 연 2회 개최해 지난해 11월말엔 ‘투블럭’이라고 불리는 머리모양 금지규칙을 논의했다. 귀 위의 옆머리 안쪽을 바짝 자르고 겉 머리를 길게 덮는 스타일로, 교칙으로 금지하는 ‘극단적인 머리모양’에 해당된다. 학생들이 “멋있지 않냐” “청결감이 있다”고 재검토를 요구해 학부모와 교직원측 동의를 얻어내면서 금지교칙에서 제외됐다.

비슷한 방식으로 셔츠와 양말 색깔 규정도 바뀌었다고 한다. 와카야마(和歌山)현 기노카와시의 현립고카와(粉河)고교에선 교사의 허가를 받아 카디건을 입도록 한 교칙을 없애달라는 학생측 요구를 논의했다.

이뿐 아니라 도쿄도(東京都)내 도립고 170곳 중 98개교(57%)에 “파마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곱슬머리 증명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교칙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학교에선 “스커트 밑으로 무릎이 보여선 안 된다”는 규정은 기본이고 심지어 “속옷은 흰색만 입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어 과거 청산 대상이라고 시민모임 측은 질타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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