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규 기자

등록 : 2018.02.13 19:30
수정 : 2018.02.14 18:49

GM “부평ㆍ창원공장도 수주내 폐쇄 여부 결정” 정부 지원 압박

전격 결정 속내는

등록 : 2018.02.13 19:30
수정 : 2018.02.14 18:49

설 연휴 앞ㆍ올림픽 축제 중 발표

치밀하게 계산한 전략적 택일

5월 시점은 지방선거 압박 노림수

GM 사장, 로이터와 인터뷰서

“남은 공장도 한국 정부에 달려”

한국GM이 5월 말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 계획’발표 날짜를 13일로 잡은 것은 치밀히 계산된 택일로 보인다. 노조의 단체협약상 ‘공장 폐쇄 등 중대한 조치의 경우 90일 이전에 통보 후 노사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기간이며 ▦6월 지방선거 직전에 이슈화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될 군산 지역 정서를 최대한 동원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도 “올림픽 축제 중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며 발표 시기에 주목했다. 올림픽 열기가 높아지는 설 연휴 직전에 발표해 그 충격을 극대화하려는 계산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발표 날짜까지 치밀히 계획됐다면, 직간접고용자 30만명을 볼모로 한 한국GM의 ‘추가자금 지원 요청’에 맞서 정부 당국의 협상은 험난할 수 밖에 없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GM이 발표 전날 저녁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유선 통보한 후에 상황을 알게 됐다. 전화 받기까지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 대비는커녕 예상한 당국자조차 없었던 것이다. 사실 한국GM의 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한국GM에 대한 투자를 요구(본보 1월 16일자 보도)해 왔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거듭된 보도에도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GM으로부터 구체적 제안을 받은 게 없다”며 부인해,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한국 측이 안일하게 대응하는 사이 GM은 구체적 제안을 신속하게 쏟아내고 있다. 배리 앵글 GM 사장은 이날 구조 조정 계획을 통해서 “한국GM과 주요 이해 관계자는 한국 내 사업 성과 개선을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협상 시기를 2월 말까지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GM의 글로벌 신차 배정 시점이 2월말이어서, 그 전에 한국 정부의 지원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GM은 군산공장뿐이 아니라 부평, 창원공장도 폐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댄 암만 GM 사장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군산 외) 남은 공장들에 대해서도 수주 안에 폐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GM이 장기간 존재할지 여부는 자금 지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 또는 다른 인센티브에 달려있으며 인건비 삭감에 대한 노조 측 동의도 관건”이라고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GM이 5월 말을 군산공장 폐쇄일로 정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 협상과 6월 지방선거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용하려는 계산이 담겨 있다. 현재 미국 정부와 GM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우리나라 자동차 안전기준과 환경규제가 미국 차 판매를 가로막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한미FTA 재협상에서 공세적으로 나서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이용해 한국정부와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에 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띤 ‘6ㆍ13 지방선거’ 직전에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것도 협상파트너인 우리 정부를 최대한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부실기업 구조조정 정책이 유화적으로 바뀐 것도 고려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전 정부 당시 한진해운 파산 이후 파문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 구조조정 시 ‘금융 논리’와 ‘산업적 측면’을 두루 고려하겠다고 표방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GM이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한국 정부와 협상을 준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사례를 꼼꼼히 연구했을 것”이라며 “고용 유발 효과와 연관 산업에 파장이 큰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GM의 지원 요청을 쉽게 내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는 단순한 ‘벼랑 끝 전술’이 아니라 심사숙고의 결과물이란 의미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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