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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그릇을 선물한 뜻은?

입력
2017.11.08 14:3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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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설 ‘삼국지’에서 조조의 책사 순욱은 조조가 제위(帝位)를 탐내자 단호히 반대한다. 한나라의 충신인 그는 한의 부흥을 위해 조조 편에 섰으나, 조조가 스스로 황제의 자리를 노리자 결단을 내렸다. 조조는 발끈했다. 순욱을 상서령에서 내친 후, 전장에 나가 병을 얻은 그에게 위로의 선물로 음식을 내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빈 그릇이었다. ‘더 이상 밥을 나눠 줄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 곧 죽으라는 얘기였다. 순욱은 스스로 독을 마신다.

▦ 빈 그릇 일화는 허구지만, 선물의 메시지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일본 역사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도 그런 선물 얘기가 등장한다. 당대 최강자인 오다 노부나가는 이에야스의 세력이 커지자 자신의 딸과 이에야스의 장남을 정략결혼 시킨다. 그때 노부나가가 이에야스에게 보낸 선물 중에 거대한 잉어 세 마리가 들어 있었다. 노부나가는 한 마리는 자신, 한 마리는 이에야스, 나머지 한 마리는 신랑이라 생각하고 잘 키우라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큰 눈알을 부라린 잉어처럼 노부나가가 이에야스를 감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한 이에야스의 충신은 잉어를 요리해 버린다.

▦ 요즘 정치ㆍ외교 무대에서의 선물은 보다 경쾌해진 느낌이다. 묵직한 은유보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나 유머를 담은 ‘즐거운 선물’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한 낚싯대도 그렇다. 대나무 공예품인 그 낚싯대는 낚시를 좋아하는 푸틴 대통령의 취미에 착안한 것이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당선자 신분인데도 찾아가 호사스런 황금색 골프채(드라이버)를 선물해 골프 마니아인 트럼프 대통령을 감동시켰다.

▦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에 맞춰 청와대가 만찬 선물로 준비한 돌그릇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돌그릇은 큰 공을 세운 분에게 주는 선물로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 우리 전통에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돌그릇을 주는 관례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해 의아하다. 또 청와대는 돌그릇이 우리 전통공예라고 했는데, 목재 뚜껑부터 왠지 일본식 나베(鍋)를 연상시킨다는 난감한 지적까지 들끓고 있다. 청와대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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