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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100일 잔치 탁현민, 돌잔치까지 할일 없지 않나”

입력
2017.08.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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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 첫 기자회견, 대국민 보고대회, 부처 업무보고 등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소통 방식과 국정 운영에 환호하는 국민이 대다수지만, 인사 논란 등 불안 요소도 엄존한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출입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여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전후 뒷얘기를 풀어놓았다.

달빛 사냥꾼(달빛)=청와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국민 관심사입니다. 우선 17일 열렸던 100일 기자회견 형식과 내용이 화제였죠.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각본 없는 기자회견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죠. 물론 협의가 있긴 했는데 반복된 질문을 막기 위해 종합일간지는 외교안보, 경제지는 경제, 방송사는 국내 정치 등을 다루기로 커다란 카테고리만 나누고, 일단 손을 들면 사회자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질문자를 지정하는 방식까지만 정했습니다.

달빛=회견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사이다=대통령이 무대 중간에 나와서 질문을 받아 적고 답변하는 방식이었는데 현장에서 느끼기엔 아주 날카로운 질문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일문일답 형식의 한계랄까요?

달빛=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이 청와대 경내를 방문했죠.

큰기와집 더부살이(더부살이)=250여명의 출입기자들이 3개조로 나뉘어 여민 1,2,3관을 돌아봤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네를 탔다는 녹지원도 들렀습니다. 평소 청와대 참모진이 사석에서 건물도 낡고 시설도 지저분하다고 말하면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 건물도 많이 낙후되고 좁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달빛=20일 국민보고대회를 두고는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탁현민 행정관의 연출이 이제는 식상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기자회견 직후 굳이 이런 자화자찬성 행사를 했어야 하냐는 비판도 있죠.

사이다=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라서 아주 무거운 주제들이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기자회견을 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비슷한 행사를 반복하니까 실망한 측면도 있어요. 다만 대통령이 요즘 강조하는 게 ‘국민주권’이잖아요. 취재진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번 더 얘기를 하고자, 그리고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할 수는 있겠다 싶은데요.

더부살이=저는 의도는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애초 국민인수위가 출범할 때 인수위 종료 시점에 토크콘서트 형식의 보고대회를 갖겠다고 했죠. 청와대 입장에서는 약속을 지킨 거죠. 다만 100일 기자회견이 바로 전에 있어 중복 느낌이 있었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현안 질문 등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진정성을 꼽는데 이번에는 자화자찬이 과했다는 평입니다. 100일 잔치까지 했으니까 탁현민 행정관은 내년 돌잔치까지는 이제 할 일이 없어진 거 아니냐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오죠.

사이다=탁 행정관의 거취가 정치적인 이슈가 되면서 탁 행정관이 기획한 행사의 진정성도 계속 의심 받는 상황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쇼통’ 논란이죠.

달빛=그 점이 아쉬운 대목이죠.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탁현민 행정관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탁현민 행정관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사이다=물론 100일 기자회견 때 미리 들어가 보니까 탁 행정관이 진두지휘하고 있던데 전문가답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일반 전문가들을 행사 때마다 불러서 진행하면 저렇게 공무원들 앞에서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더부살이=탁 행정관에 대해서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사석에서 토로하는 편이죠. 여당인 민주당이 침묵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모두 대통령 눈치를 보는 거죠.

여의도 구공탄(구공탄)=“무력했다”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언급이 민주당 상황과 크게 차이가 없죠. 탁 행정관 거취와 관련해서는 직간접적으로 사퇴 필요성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대통령 뜻이 너무 완고하다 보니 당도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당나귀=탁 행정관 문제가 정권의 권력 운용에서 구조적 문제로 커지는 게 아니냐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젠더 문제로 사퇴 압력이 높은 2급 행정관 인사 문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 젠더정책을 총괄하는 정현백 장관의 입에서 무력하다는 발언이 나온 것 자체가 심각한 경고신호라는 겁니다.

달빛=사퇴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경우 그래도 민주당이나 과학기술계의 비판 여론이 수용된 경우죠.

사이다=청와대도 중간에 박 본부장을 임명하고자 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지기는 했지만, 엄호의 측면보다는 이미 박 교수 임명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박 본부장 명예라도 지켜주자는 취지였다고 설명을 합니다. 하지만 사퇴 공세가 본격화하기 전에 자를 건 자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았지 싶습니다. 박 본부장의 경우 청와대 내부에서 인사 반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밀어붙인 케이스라서 청와대가 변명의 여지가 많지 않죠.

달빛=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처신을 둘러싸고도 비판이 많은데 청와대도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사이다=임명 때부터 논란이 있었죠.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대선 때 부산 쪽에서 도운 인사라고. 그 때도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국회에서도 연일 사고를 치니 청와대 입장에서도 골치가 아플 테죠. 이낙연 국무총리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좀 더 지켜보자는 취지로 밝혔는데 살충제 계란 파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요.

달빛=그러고 보면 논란이 된 인사들이 대부분 선거 때 돕거나 지난 정부에서 인연이 있었던 분들이에요.

더부살이=참여정부나 캠프 출신 인사에 대해선 검증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죠. 논란이 됐다 사퇴했던 김기정 조대엽 교수도 그런 경우죠.

사이다=임종석 실장도 국회 운영위에 나가 “인사는 두렵고 어려운 일”이라고 했는데요. 좀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인태 전 정무수석도 그런 취지의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압니다만. 잘하는 것을 잘했다고 평가하고 자랑할 줄도 알아야겠지만, 못한 것에 대해선 평가 받고 비판도 수용할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소통이 아닐지.

더부살이=물론 100% 완벽한 인사를 하기는 어렵겠죠. 다만 대통령과 참모진이 더 적극적으로 우려와 비판 등을 주고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초기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청와대에서 인사추천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참모진의 의견을 전달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생겼으니까요.

사이다=100일을 기점으로 이제는 청와대도 개혁이나 정책적인 성과를 통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제까지는 허니문 기간이기도 했고, 인수위 없이 들어선 정부라는 점에서 비판 강도가 세지 않았던 측면도 있죠. 개혁이나 정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국회와의 관계, 협치가 중요한데 대통령도 그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지지자들의 바람대로 꽃길만 걸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정기국회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성적표가 나오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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