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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불경기 속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쳐…경제 아노미 확산

입력
2016.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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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운 철강 산업현장 비상

삼성전자ㆍ현대차 빅2마저 흔들

수출 다시 하락의 수렁으로

기업 3분기 매출ㆍ영업익 최악

50대 기업 중 17곳 마이너스

협력ㆍ하청업체까지 줄줄이 타격

5대 취약산업 구조조정 돌입 땐

32만여 일자리 사라질 전망

김영란법 여파 소상공인은 한숨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 A사의 대표 김모(54) 씨는 지난 8월부터 매주 금요일엔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7월부터 부분파업을 벌여 일감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월 평균 4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7월엔 20%, 8월엔 30%, 9월엔 35%까지 줄었다. 8월부터 적자로 돌아서자 직원 급여까지 깎았지만 큰 효과는 없다.

A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2차 협력업체 10여곳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협력사 4곳이 선급금을 요구하자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업체당 1억원씩을 지급했다. 2차 협력사가 무너지면 그 여파로 A사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며 산업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 해운 철강 등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력산업들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빅2’ 기업도 ‘어닝 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으로 시장이 흔들리는 현상)로 흔들리고 있다. 주요 대기업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하청업체, 요식업소까지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출 또 하락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419억달러(약 47조7,869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2014년 12월부터 19개월 연속 감소했던 수출은 지난 8월 2.6% 증가하며 ‘반짝 반등’했지만 이후 2개월째 다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휴대폰 완제품 수출 감소, 지난해 10월보다 0.5일 줄어든 조업일수의 영향이 컸다. 이 세가지 요인으로만 21억1,000만달러(약 2조4,096억원)의 수출 차질이 발생했다.

13대 수출 주력품목 가운데 반도체(1.7%) 선박(49.4%) 컴퓨터(7.1%) 등 3개 분야는 수출이 늘었지만,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는 하락폭이 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8%, 28.1%나 줄었다.

대기업들 ‘마이너스 성장’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발화(發火) 사태로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결정하면서 2분기 8조1,44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3분기 5조2,00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나 감소한 1조6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노조의 장기간 파업과 태풍 ‘차바’로 인한 생산 차질, 리콜 논란, 내수 판매 급감이 동시에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 부진은 10월에도 이어졌다. 전년동기대비 무려 30.4%나 줄어든 4만7,186대를 파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 3위인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6,785억원)은 지난해 3분기(1조3,832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세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폭만 3조원이 넘는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 중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 기업은 SK텔레콤, 기아차,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전자, 삼성SDI, 효성, 한미약품, 삼성전기 등 17곳이나 된다.

‘마이너스 성장’ 속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재계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구조조정 몸살, 내수 시장 붕괴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는 2018년까지 2만명의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조선업 외에 화학 철강 건설 해운 등 5대 취약산업에서 동시에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32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로 도소매ㆍ음식숙박, 운수업 등에서 줄어드는 일자리 규모도 17만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조정이 내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이야기다. 연구원은 2017년 5대 취약산업의 생산이 동시에 10% 감소할 경우 명목 부가가치는 19조6,000억원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내수 시장 위축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화훼ㆍ농축수산 도소매업, 음식점업 관련 중소기업ㆍ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3%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 규모도 39.7%에 달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럴 때 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리더십이 붕괴돼 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며 “정부는 힘이 없고, 힘을 가진 국회 등 정치권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면서, 당장의 적자를 우려해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매커니즘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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