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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은 뒤엔 제사상 대신 편지추모 해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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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은 뒤엔 제사상 대신 편지추모 해 줬으면…”

입력
2018.0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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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준비 부담에 가족 갈등 빈번

“함께 외식하며 추억하면 어떠냐”

차례상에 오른 음식의 가짓수가 만만치 않다.
차례상에 오른 음식의 가짓수가 만만치 않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랑하던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형식이 꼭 제사여야만 할까.

제사음식을 하느라 형제들간 갈등이 생기고 대화가 단절되는, 그래서 정작 추모의 뜻은 온데간데 없어져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회사원 감명규(32)씨는 제사 대신 편지 추모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나 빌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기일에 간단하게 편지를 써서 하늘로 태워 보내줬으면 한다”며 “아이들도 그렇게 빌고 나면 들어줄 거라는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손으로 쓰는 편지가 아닌 인터넷 상에서 추모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정보통신(IT)회사에서 일하는 심모(34)씨는 “싱글인 친구들끼리 온라인 추모 페이지를 만들어 가끔씩 안부를 남기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해봤다”고 전했다.

제사가 가족들간 갈등 요인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 그래서 외식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많다. 대전에 사는 임모(57)씨는 “내 아이들이 1년에 한 두 번쯤은 추모를 핑계로 함께 식사를 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임씨 가족은 이미 15년 전부터 제사와 차례를 없앴다. 대신 부모님의 기일에 형제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기도를 한 뒤 헤어진다. 자신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을 이미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임씨는 “과거부터 내려오던 형식을 따르기보다는 가족들의 부담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꼭 특별한 형식이 없어도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좋겠다는 바램도 적지 않다. 회사원 강윤아(34)씨는 “예전처럼 대가족도 아닌데 죽고 난 뒤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묘지까지 오지 않아도 1년에 한 번쯤 친구와 가족들이 나를 위해 5분간 묵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최모(31)씨도 “내가 죽었다고 해서 누군가 매년 추모해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망한 당일에 기억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30년째 맏며느리 생활을 해 온 진모(56)씨도 매년 5번 지내던 제사를 지난해부터 2번으로 줄였다. 진씨는 “우리 집안에서 제사 준비를 도맡아 하는 맏며느리는 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아이들에게는 우리 부부의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교 신자인 자영업자 양정호(37)씨는 “부처님 오신 날 가족들과 함께 절을 찾으면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가 죽으면 여기다 맡겨달라고 이야기한다”며 “그 때 제사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입장에서는 매년 제사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제사를 지내더라도 나물이나 탕 등 기존의 제사 음식보다는 피자나 치킨 같은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학생 김민규(27)씨는 “몇 년 전 돌아가신 친구 아버지가 생전에 치킨을 좋아해서 제사상에도 치킨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내가 죽는다고 해서 전이나 나물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으니 차라리 피자를 한판 올려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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