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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색채 대법, 美 진보 대법관 이례적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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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색채 대법, 美 진보 대법관 이례적 초청

입력
2015.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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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 오늘 대법워장과 회동

내일 인권 주제로 강연회도

긴즈버그 대법관.
긴즈버그 대법관.

‘지혜의 아홉 기둥’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대법관 9명 중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2) 대법관이 4일 양승태 대법원장과 만난다. 보수화된 우리 대법원이 미국 진보 대법관을 초청했고, 그가 대법원에서 소수자 보호와 인권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대한항공 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한 긴즈버그 대법관은 4일 오전 양 대법원장을 예방한다. 5일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만나고, 대법원 대강당에서 김소영 대법관과 대담 형태로 ‘바람직한 상고심 운영방안, 소수자 보호와 인권’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진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방대법관이 된 긴즈버그 대법관은 현재 연방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이자,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다. 그는 2013년 8월 대법관 가운데 처음으로 동성 결혼의 주례를 맡았으며 낙태시술 금지 반대, 소수인종 대학입학 우대 찬성 입장을 드러내는 등 진보적 결정을 주도해왔다. 그는“건국의 아버지들은 기본 인권을 폭넓게 규정하지 못했다”며 미 헌법에 대해 비판한 적도 있다.

미 연방대법관이 방한한 것은 1987년 중도파였던 샌드라 오코너 전 대법관 방한 이후 28년 만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방한은 단순히 사법교류를 넘어 보수로 치우친 우리 대법원에 전하는 메시지 측면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모두 9명인 미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으로서 대체적으로 보수 4명, 진보 4명, 중도 1명으로 분류되는 구성을 유지하며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아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동성 결혼 허용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합헌부터 과거 총기소지권 합헌 등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5대 4의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지나치게 보수인사로 채워져 표결 결과가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대법원은 긴즈버그 대법관을 초청한 것이 우리 사법기관의 보수 진보 구성문제로 비화하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양국 사법교류 차원에서 양창수 전 대법관(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이 엘레나 케이건 연방대법관을 예방했을 때 답방을 요청했고, 현직 가운데 긴즈버그 대법관이 가장 관심을 보여 방한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초청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명의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방한에는 그의 딸이자 저명한 저작권법 전문가인 제인 긴즈버그(60)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동행했다. 그는 이날 고려대 해송법학도서관에서 ‘저작권의 이미지: 사진ㆍ그림으로 보는 미국 저작권법’을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제인 긴즈버그 교수는 2008년 대선 당시 작가 셰퍼드 페어리가 AP통신이 촬영한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사진에 ‘희망(HOPE)’이란 단어를 넣고 색깔을 입혀 대통령 선거 포스터를 제작했던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강연에서 “AP가 페어리에게 이것이 공정 사용(Fair Use)이었는지 묻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 중에 합의가 이뤄져 본안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소개한 뒤 “여기에는 표절이 존재하는지, (포스터가 사진을 충분히 변형하였으므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데 강연의 중점을 둔 듯 자신의 결론을 명쾌하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방한 중 어머니 긴즈버그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대법관의 딸이 아니라 법학자로서 방한에 방점을 뒀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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