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 기자

등록 : 2018.08.09 17:38
수정 : 2018.08.09 21:00

[36.5˚] 가덕도신공항 공약을 잊자

등록 : 2018.08.09 17:38
수정 : 2018.08.09 21:00

한국일보 전준호 기자 /2018-08-0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올해 이용객 400만명 돌파가 예상되는 대구국제공항이 민간 군공항 통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가덕도신공항’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텅 빈 활주로에서 고추나 말렸던 지방공항이 북새통이다. 갓 출범 때는 이름도 생소했던 저비용항공사들이 지방 도시를 거점공항으로 삼으면서 전국 고추건조 공항들이 날개를 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구공항은 좀 더 드라마틱하다. 2004년 KTX 개통은 대구공항에 직격탄을 날렸다. 2003년 222만명에서 이듬해 156만명으로 내리막을 타다 2009년에는 102만명 선까지 떨어졌다.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웠던 시절이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대구공항은 2014년 저비용항공사 유치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2015년 200만명대에 재진입한 후 올해 역대 최고치인 400만명을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루 이용객 21만9,000명을 기록한 인천공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구공항의 추락과 비상은 시사적이다.

공군비행장에 더부살이하는 대구공항 성격상 야간운항제한시간(커퓨)을 5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절대적이었다. 제주와 김포, 김해공항은 7시간이다. 멀리는 태국 수도 방콕까지 8개국 10개 항공사가 20개 노선을 운행하다 보니 마땅한 노선을 찾지 못한 전국의 여행객들이 대구공항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성과의 뒤에는 당연히 대구시의 유치노력이 없을 수 없겠건만 어찌된 셈인지 황금알을 낳는 대구공항의 미래 생존전략은 ‘이사’다. 아예 K2 군공항과 손잡고 대구를 떠나는 것이다. 공식용어로는 ‘대구공항 통합이전’이다.

이사 준비는 2년 전에 시작됐다. 10년이나 소모전을 벌였던 영남권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후 한달 쯤 뒤인 2016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느닷없이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른 대구공항 통합이전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대구시가 대체공항을 지어서 기부하면 대구공항 땅덩어리를 통째로 넘길 테니 생각 있으면 한 번 해보라는 것이었다.

당시 정권에 대한 믿음이 배신감으로 변한 대구에서는 “독이 든 성배”라며 거부 움직임도 거셌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내민 손을 뿌리칠 정도로 모질지는 못했다. 결국 통합이전으로 가닥을 잡은 대구시는 숱한 난관을 뚫고 후보지를 경북 군위군 우보면 단독지역과 의성군 비안면ᆞ군위군 소보면 공동지역 2곳으로 압축시켰다. 최종 후보지 선정은 올초 국방부 몫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영남권신공항 가덕도 재추진’을 내 건 것이다. 그는 당선됐고 가덕도는 활화산이 됐다.

돌이켜보면 경상도에서 뜨뜻미지근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반긴 사람은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 아니면 도’ 성향은 가덕도나 밀양 중 한 곳으로 올인했던 터라 차선책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용역결과에 따르겠다”는 영남지역 5개 단체장의 합의만 아니었다면 누가 틀어도 틀었을 상황이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가덕도에 맞서 밀양신공항 공약이 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오 시장이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면 몇 가지 예상되는 일이 있다. 일단 영남권신공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공항 검토지시를 내린 2006년 12월, 원점으로 돌아간다. 영남권 5개 시도는 다시 가덕도와 밀양, 혹은 가덕도와 대구공항 통합이전 부지로 다퉈야 할 것이다. 이 소모전이 10년이 걸릴 지 20년이 걸릴 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더 이상 단체장 합의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합의를 해도 깨면 그만이다. 선례가 무서운 법이다. 그 동안 김해공항 확장은 중단될 테고, 대구시가 추진하는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속도를 낼지도 모르겠다. 영남권신공항 무용론도 똬리를 틀게 된다.

만약 가덕도신공항을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 프리미엄에 기댈 요량이면 그냥 부산 사나이답게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더 꼬이기 십상이다. 밀양신공항 추진론자가 대구시장이 됐더라도 할 말은 똑같다.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 공약(公約)을 잊자.

전준호 대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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