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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50주년] 세계 최초로 기가스틸 양산… “제련 온도ㆍ속도는 1급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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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50주년] 세계 최초로 기가스틸 양산… “제련 온도ㆍ속도는 1급 비밀”

입력
2018.04.02 14:3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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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가보니

더 단단하고 잘 구부러지는 철

생산비ㆍ오염배출량도 낮아

자동차 강판으로 세계 공략 나서

리튬도 세계 첫 추출 기술 개발

휴대폰ㆍ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신소재로 신성장” 미래 50년 준비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차강판연구센터 전시관에 전시돼 있는 경량화 차체. 포스코는 기가스틸을 사용해 기존보다 30% 가벼운 차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차강판연구센터 전시관에 전시돼 있는 경량화 차체. 포스코는 기가스틸을 사용해 기존보다 30% 가벼운 차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 제공

알루미늄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은 한때 ‘철강기업’ 포스코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였다. 이들은 승용차 1대당 1톤씩 쓰이는 철강을 대체할 소재로 꼽혔다. 알루미늄의 무게는 철의 3분의 1, 탄소섬유는 이보다 훨씬 더 가볍다. 반면 철은 생산량이 많다는 점 말곤 변변한 장점이 없어 보였다.

포스코는 자동차 시장을 포기하느냐의 기로에서 상식을 뒤엎는 제품을 개발해 냈다. 바로 ‘더 단단하면서 잘 구부러지는’ 철. 포스코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화 체제를 갖춘 ‘기가스틸’이다. 기가스틸이란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1 기가파스칼 이상인 초고강도 강판이다.

기가스틸은 두께를 3분의 1로 줄여도 알루미늄보다 더 단단하다. 생산비, 오염물질배출량도 알루미늄보다 월등히 낮다. 이미 전 세계 자동차강판의 10%를 점유하고 있는 포스코가 미래 50년을 위해 야심 차게 꺼내 든 카드다.

지난달 27일 찾은 포스코의 전남 광양제철소 7CGL(연속아연도금강판생산라인).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생산라인을 따라 겉보기엔 평범한 도금강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2㎞를 넘는 이 공장 라인엔 세계 유일의 기술이 숨어 있다. 보안을 위해 공사마저도 건설사 외주 없이 포스코가 직접 담당했다.

기가스틸은 십원짜리 동전 크기로 10톤의 하중을 견디는 초고강도 강판이다. 포스코는 여기에 기술력을 더해 가공성(연신율)을 동시에 높인 ‘역설적인’ 트윕(TWIP)강과 XF강을 개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적절한 온도로 철판을 가열하고 순간 냉각하는 과정을 통해 철강의 결정구조를 재배열하는 데 있다. ‘퍼니스(furnace)’라 불리는 기계 속을 강판이 1분당 수백m 속도로 지나며 기가스틸로 재탄생된다. 오대근 부공장장은 “온도, 속도 모두 보안 사항”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 세계 유수 철강사들도 기가스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대량 양산체제를 완성한 건 아직 포스코뿐이다. 오 부공장장은 “개발과 양산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7CGL 공장 내부의 루퍼(Loorer) 장비. 정전 등 비상사태에도 제품 공정이 끊기지 않도록 강판을 비축해 일정하게 공급하는 장치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7CGL 공장 내부의 루퍼(Loorer) 장비. 정전 등 비상사태에도 제품 공정이 끊기지 않도록 강판을 비축해 일정하게 공급하는 장치다. 포스코 제공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포스코는 각종 미래 첨단 경쟁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가스틸은 본업(제철)에서 발전시킨 포스코의 대표적인 미래 성장동력이다. 기술력이 집약된 자동차강판에 미래가 달렸다는 판단 아래 포스코는 일찍이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대의 자동차강판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2000년대 초부터 투자와 연구를 거듭, 2010년 세계 최초로 트윕강을 개발한 데 이어 2016년엔 XF강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900만톤에 달한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판매량 비중은 전체의 25%로, 세계 메이저 철강사 가운데 가장 높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 기가스틸이 대중화될 경우, 매출과 수익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7CGL에서 한 직원이 기가스틸 제품 겉면의 품질을 살피고 있다. 일반 철판이 초고강도 기가스틸로 가공되는 과정에 온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7CGL에서 한 직원이 기가스틸 제품 겉면의 품질을 살피고 있다. 일반 철판이 초고강도 기가스틸로 가공되는 과정에 온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신소재다. 미래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 생산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2일 “국내 최초로 연간생산량 1,5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라인을 준공하고 4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과 함께 리튬이차전지에 필수로 사용되는 소재다. 탄산리튬은 주로 노트북, 휴대폰 배터리에, 수산화리튬은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된다.

이번에 새로 가동되는 라인은 폐(廢)이차전지에서 수거한 인산리튬을 전환농축 작업을 거쳐 수산화리튬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통상 50% 미만이었던 리튬 회수율이 80% 이상으로 경제성이 높고 제조과정에서 고형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염호(鹽湖)에서 얻은 소금으로부터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작년 2월부터는 광양제철소 PosLX 공장에서 탄산리튬을 생산 중이다. 이번에 수산화리튬까지 더해지면 연 2,500톤(탄산 1,000톤, 수산화 1,500톤)의 양산 체제가 완성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리튬은 포스코의 핵심 신성장동력이며 지난 8년간의 노력으로 상업화 초기 단계까지 왔다”며 “리튬뿐 아니라 국내에서 공급하지 못하는 소재를 포스코가 책임진다는 사명의식으로 주요 소재의 국산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광양=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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