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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작업장 환경과 백혈병 인과관계 불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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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작업장 환경과 백혈병 인과관계 불명확”

입력
2018.04.25 19: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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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넘는 유해인자 발견 안돼

방사선 피폭도 기준치 안 넘어”

삼성이 준 3년치 자료로 조사

정작 발병 많았던 시기는 빠져

위원회도 자료의 한계는 인정

피해자 가족들 “삼성에 면죄부”

안도하는 삼성 “후속조치 최선”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 종합진단 보고회에서 이철수 위원장이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직업병 관련 조사·진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 종합진단 보고회에서 이철수 위원장이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직업병 관련 조사·진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직업병 관련 조사와 예방 대책을 논의해온 삼성 옴부즈만위원회(이하 위원회)가 2년 가까운 조사 끝에 “작업장 환경과 특정 질환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을 분석한 결과 벤젠 등 주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일부 검출된 유해물질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인체 유해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가 삼성 측에 제공한 제한된 자료 위주로 이뤄진 것이어서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선 “삼성에 주는 면죄부”라는 강한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위원회 스스로도 조사 과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어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회(위원장 이철수 서울대 교수)는 25일 오후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가진 종합진단 보고회에서 삼성전자의 경기 기흥, 충남 온양, 아산 등 3개 공장 라인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진행하고 최근 3년간(2014~2016년) 작성된 작업환경 측정결과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참조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 사고 등 논란이 잇따르자 삼성전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2016년 1월 합의해 같은 해 6월 출범시킨독립 기구다.

위원회는 “대부분의 공정에서 법적 노출 허용 기준의 10%를 초과한 유해인자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방사선 설비 주변의 기대피폭선량 역시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회는 반도체 근로자의 작업환경 노출로 인한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자연유산 등과의 연관성에 대해 “통계의 유의성 등의 문제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전ㆍ현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그룹 인터뷰를 한 결과 현재의 자동화 공정에서는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원회는 삼성전자에 대해 “빠르게 변하는 공정 특성을 반영해 화학물질 독성정보에 대해 주기별로 평가하고 신속히 수정ㆍ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 “근로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건강 이상 발생 시 산재 판단을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매우 제한적인 자료를 위주로 만들어져 한계가 있다는 점을 위원들 스스로 인정했다. 특히 백혈병 등이 발병한 노동자 다수가 근무했던 시기인 1990년대 이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작업환경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위원회 전문 위원인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삼성 측에 10년치 보고서를 요구했지만 받은 것은 3년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가족대책위와 반올림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송창호 가족대책위 대표는 “위원회의 보고서가 삼성전자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연구에서 검토한 보고서는 삼성이 지정해 갑을 관계가 명확한 기관이 측정한 것인데 그마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런 연구 만으로 인과관계를 말한 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위원회의 결과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측은 “옴부즈만위원회가 장기간 연구와 진단을 통해 제시한 제안을 충실히 검토한 뒤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해 이행하고, 위원회의 향후 활동에도 성실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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