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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을 살리는 곳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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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을 살리는 곳이 되길

입력
2017.07.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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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봐야 할 것은 자연사 비율이다. 안락사에 대한 비난 때문에 방치돼 보호소에서 죽은 유기동물이 2015년 22.7%나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자연사 비율이다. 안락사에 대한 비난 때문에 방치돼 보호소에서 죽은 유기동물이 2015년 22.7%나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새끼 고양이인데 죽은 거 같아요.”

주차장에 버려져 있던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다며 이웃이 내미는 과자 상자에는 채 마르지 않은 탯줄을 단 핏덩어리 둘이 있었다. 갓 태어난 새끼를 처음 봤고, 이웃이 죽은 것 같다고 가리킨 핏덩이는 정말 곧 죽을 것 같았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새끼 고양이 살리기 대작전을 시작했다. 밥벌이인 출판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서너 시간마다 분유를 먹이고 똥오줌을 받는 어미고양이 노릇을 시작했고, 다행히 두 녀석은 무사히 커서 좋은 집에 입양을 갔다. 만약 그때 이웃이 새끼들을 내게 데려오지 않고 유기동물 보호소로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종로구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모임의 대표를 한동안 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일은 구청에서 새끼고양이 신고가 들어왔다며 연락을 해올 때였다. 입양처를 구하지 못하면 새끼 고양이는 보호소로 보내지는데 새끼 고양이에게 보호소는 살처분 장소와 다름이 없다. 보호소는 새끼 고양이에게 서너 시간마다 밥을 주고 똥오줌을 받아줄 시간도 인력도 없으니 방치되다가 죽는다. 길을 가다가 홀로 우는 새끼를 본 사람들이 ‘선의’로 각 지역자치단체, 119, 경찰서 등에 연락하면 결국 보호소로 가게 되는데 우리가 중간에 끼어드는 것이다. 새 가족을 하루 이틀 만에 찾아야 하는 촉박한 상황 속에서도 결국 다 성공했던 이유는 새끼 고양이가 보호소로 가면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 지역 캣맘, 구청·동사무소·경찰서·소방서 직원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웃이 내미는 과자상자에는 핏덩어리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만약 고양이들이 유기동물 보호소로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이웃이 내미는 과자상자에는 핏덩어리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만약 고양이들이 유기동물 보호소로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유기동물 보호소가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라고 아는 사람들은 의아하겠지만 보호소는 버려진 동물들이 원래 가족을 찾고, 새 가족을 만나는 낭만적인 장소가 아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전국 지자체에서 직영·위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조사한 보고서 <길에서 데려간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까>를 최근 발간했다. 1차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 만에 나온 2차 보고서라서 10년 간 국내 보호소의 변화도 볼 수 있다.

유기동물 발생 숫자는 10년 전이나 현재나 7~8만 마리로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강아지 공장 등 생산·판매에 대한 규제, 중성화 수술 등 반려동물 개체 수 감소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 중 원래 가족에게 인도하는 비율은 14.6%이고, 그밖에 새 가족에게 입양은 32%, 안락사 20%, 자연사 22.7%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자연사 비율이다. 자연사는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유는 안락사에 사용되는 약물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과 안락사에 대한 비난 때문이다. 안락사보다 못한 자연사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건 본래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익 사업으로 보호소를 운영하는 곳이 많아서 보호소 동물을 식용견으로 판매하거나 굶어 죽이는 곳도 있었는데 이런 비상식적인 일은 많이 줄었다.

보호소는 수의사들에게도 가혹한 공간이다. 보호소 수의사의 역할은 치료보다는 안락사 시행에 한정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호소는 수의사들에게도 가혹한 공간이다. 보호소 수의사의 역할은 치료보다는 안락사 시행에 한정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특히 보호소 수의사의 역할은 여전히 치료보다는 안락사 시행에 한정되어 있었다. 보호소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면 적어도 다쳐 들어온 동물들에 대한 응급치료는 시행해야 하지 않나. 올 초 보호소에서 근무하던 대만의 수의사가 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와 같은 약물을 사용해서 자살한 사건은 보호소라는 곳이 수의사에게 어떤 노동을 강요하는지, 얼마나 가혹한 공간인지 알게 해준다.

보호소 동물 입양 시 ‘중성화수술 의무’ 조항은 여전히 권고사항에 머무르고, 입양 후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견만 입양하거나 여러 마리를 입양하고(식용견으로 팔 우려), 암컷만 입양하는(번식의 우려) 사람들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 중에 보호소에서 입양 보낸 개가 개 농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 이런 수준의 보호소를 ‘보호’소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길에서 길 잃은 동물과 마주쳤을 때 신고를 하면 안락사 시키는 보호소로 갈 테고, 치료비와 입양에 대한 부담을 질 형편이 못 돼서 모른 척 지나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매년 100억원 가량이 유기동물 예산에 쓰이는데 국가가 국민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모른 척 지나치게 하는 비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보호소는 동물을 죽이는 곳이 아니라 살리는 곳이어야 한다. 보호소로 간 동물이 어떻게 되었을까 가슴 졸이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길에서 데려간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까?, 동물권 단체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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