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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3가지 논란, 사거리-재진입-소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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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3가지 논란, 사거리-재진입-소형화

입력
2017.07.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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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美 서부 타격, 사거리 8,000㎞ 넘었나

②재진입 기술 확보? 軍 “아직”, 北 “성공”

③北 탄두 대형화도 자신, 소형화 넘어선 듯

북한이 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연합뉴스
북한이 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연합뉴스

북한이 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사거리와 대기권 재진입 여부 등 주요 성능에 대한 북한의 주장과 우리 군 당국 및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 수준에 따라 한미 양국의 대처양상이 바뀔 수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사거리 8,000㎞? 1만㎞?

미사일을 ICBM으로 분류하는 사거리 기준은 5,500㎞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에 해당한다는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최대 사거리다. 북한 원산을 기준으로 미군의 동아태 전초기지인 괌은 3,300㎞, 알래스카는 5,000㎞,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는 7,500㎞ 떨어져 있다. 미 서부는 8,000㎞, 미 중부 내륙은 1만㎞, 미 동부지역은 1만2,000㎞ 거리다.

따라서 화성-14형이 사거리 8,000㎞를 넘겼는지가 관건이다.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어 위협수준이 한층 증폭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5일 미사일 발사 성공을 선전하면서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거리가 대략 1만㎞는 된다는 의미다.

북한이 미사일의 발사각을 높여 고각으로 쏴 최대고도가 2,802㎞까지 치솟은 점에 비춰 전문가들은 30~40도의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최소 8,000㎞, 최대 1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는 최대고도의 3, 4배에 달하는 게 정설이다.

특히 화성-14형의 엔진은 추력 80톤인 구소련의 ICBM SS-9의 엔진을 모방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과 올 3월 엔진 연소실험을 거쳐 성능을 개량했다. SS-9의 사거리가 1만500㎞인 만큼 화성-14형의 성능도 엇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 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는 7,000~8,000㎞”라고 밝혔다. 기껏해야 미 본토에 간신히 닿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우리 군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을 일부러 낮게 평가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한 장관을 질타할 정도였다. 군 당국의 사거리 분석을 곧이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탄두가 7,000도의 고열 견딜 수 있나

ICBM 발사 성공의 핵심은 대기권 재진입 능력이다. 우리 군은 “아직 멀었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대대적인 성공”이라고 주장해 차이가 극명하다.

ICBM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크게 추진체와 단분리, 대기권 재진입 등 3가지로 나뉜다. 엔진출력이 커야 멀리 날아가고, 다단계인 미사일 동체가 제대로 분리돼야 우주공간에서 원활하게 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도 100㎞인 대기권 안으로 온전히 다시 진입해야 탄두가 지상의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이중 우리 군은 유독 북한의 재진입 기술만 평가 절하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음속의 21배 속도인 ICBM이 대기권으로 들어올 때 7,0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뎌야 한다”며 “북한이 아직 탄두부를 공개하지 않아 재진입 기술은 확인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북한은 이날 “재돌입 시 수천 도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조건에서도 첨두(탄두) 내부 온도는 25~45도의 범위에서 유지되고 폭발 조종 장치가 정상 동작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북한의 기술을 판단할 장비가 없다는 점이다. 재진입 과정에서 북한의 지상중계소와 탄두가 주고 받는 신호를 탐지해야 하는데, 미국과 일본의 전자정찰기만 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 장관이 “시간이 지나도 재진입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이후 무수단(최대고도 1,413㎞), 북극성 2형(550㎞), 화성-12형(2,111㎞) 등 수 차례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왔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ICBM에 핵탄두 실어 날릴 수 있나

북한이 투발 수단인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정상적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탄두 무게가 늘면 미사일 사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탄두 소형화가 중요한데, 단거리 미사일은 탄두 무게 1톤 이하면 충분하지만 ICBM의 경우 그 절반인 500㎏ 이하로 탄두 무게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북한은 이날 “화성-14형은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ICBM에 소형이 아닌 대형 탄두도 얼마든지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형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또 북한은 지난해 3월 핵탄두 추정 물체를 공개하면서 “소형화 단계가 아니라 표준화, 규격화 단계”라고 강조했다. 핵탄두를 이미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소형화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조심스러운 것과 대조적이다.

또 추진체의 성능이 뒷받침되면 탄두가 500㎏보다 무겁더라도 얼마든지 ICBM에 실을 수 있다. 5월에 발사한 화성-12형의 경우 탄두 무게 650㎏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ICBM의 사거리 기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탄두 소형화 여부에 집착해 ICBM이 아니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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