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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진술 뒤집는 삼성 임원들 번복 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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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진술 뒤집는 삼성 임원들 번복 전략, 통할까?

입력
2017.08.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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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왼쪽부터),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연합뉴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왼쪽부터),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연합뉴스

“추측으로 진술한 것 같습니다.”

뇌물 사건에 연루된 삼성그룹의 전 고위 임원들이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 증언 거부에 이어 이번에는 진술번복 전략을 들고 나왔다. 뇌물 혐의로 엮인 박근혜, 최순실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해 무더기로 증언을 거부했던 삼성 전 임원들이 자신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여된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을 때는 특검 조사 때 했던 불리한 진술들을 뒤엎고 나선 것이다. 재판부 심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련의 삼성 전략이 이달 말 1심 선고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어떤 진술을 부인하고 있나

삼성 전 고위급 임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삼성 사이에 ‘정유라 지원’에 대한 합의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 줄만한 진술을 주로 뒤집었다.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대가성’을 깨기 위한 전략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지난 1일 열린 재판에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인수해서 지원하라’고 말해 ‘정윤회 딸이 승마선수니까 관심 갖는구나’ 생각했다”고 답한 특검 진술 내용을 뒤집었다. “추측성 언급”이라며 대통령이 승마 얘기를 꺼낸 1차 독대 시점엔 정씨 존재를 몰랐다고 강조했다.

2차 독대 때 질책 당한 이유와 정씨 지원과의 관련성에도 선을 그었다. “삼성에서 승마협회를 맡고도 정유라를 지원해주지 않아 대통령이 (2차) 독대 때 야단친 것 같다”고 진술한 게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이다. 답답해진 특검이 “‘정유라 지원이 대통령 의지로 생각된다’는 취지로 본인이 수 차례 진술하지 않았냐”고 따지자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며 추측으로 한 말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이 간여된 부분의 뒤집기도 나왔다. 지난 1월 특검 조사 때 장 전 차장이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후 미래전략실 실장실로 나를 불러 청와대에서 받은 자료라며 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한 부분이다. 장 전 차장은 “기억이 잘못 됐다”며 봉투를 준 사람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지목했다. 특검은 최순실씨가 준비한 영재센터 사업계획서가 담긴 이 봉투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쳐 이 부회장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삼성은 영재센터에 10억원 규모의 2차 후원을 했다.

[관련기사] ☞ 이재용 “몰랐다” 최지성 “내가 했다”

적극적 진술번복이 선고에 미칠 영향은

피고인 신문에서 수사 때 했던 진술을 뒤집고, 스스로를 변호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증인 신분이 아닌 만큼 위증죄로부터도 자유롭다. 박근혜ㆍ최순실 재판에서 위증 또는 자신의 재판에서 불리한 진술을 피하기 위해 증언 거부를 하고, 자기 재판의 피고인 신문을 변호의 기회로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진술 번복의 사실 또는 거짓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특검 진술조서와 피고인 법정진술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신뢰할 만한지 판단을 내리게 된다.

재판부가 ‘거짓말’로 판단할 경우 본인의 재판 결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다른 증거들을 통해 사실 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진술까지 부인하거나 ‘총수 비호’ 의도가 노골적이면 양형을 고려하는데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술번복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피고인 신문이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가 심리하는 박근혜ㆍ최순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해당 재판부에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죄 혐의를 따지는데 필요한 주요 삼성 측 증인들이 모두 증언거부권을 행사해 혐의 입증에 공백이 생긴 상태다. 법정 증언을 속기한 공판 조서는 다른 재판부에서도 증거능력이 생겨, 검찰이나 변호인 측이 피고인 신문 내용 중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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