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달러에 예속 말자” 베네수엘라 정부, 가상화폐 직접 발행

알림

“달러에 예속 말자” 베네수엘라 정부, 가상화폐 직접 발행

입력
2018.02.21 18:40
20면
0 0

하루 만에 7억3500만弗 판매

러시아도 7월쯤 공개 목표로 개발 중

ISㆍ北, 가상화폐로 자금줄 옮겨

反美 진영 ‘블랙머니’ 시장 확대

가상화폐는 테러자금과 불법 돈 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높다.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가상화폐는 테러자금과 불법 돈 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높다.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가상화폐가 전 세계 반미 진영의 자금 확보통로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바탕으로 한 미국 주도의 제재를 받는 국가와 세력이 가상화폐를 통해 반기를 드는 모습이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북한 등은 물론이고 이슬람국가(IS) 등 미국에 적대감을 표하는 세력들은 가상화폐를 활용해 불법 자금 모집에 나서며 ‘블랙 머니’ 시장을 키우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원유 자원을 기반으로 한 ‘페트로(Petro)’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판매에 돌입했다. 첫날 7억3,500만달러(7,914억원) 어치의 페트로를 파는데 성공했다. 다음달 19일까지 3,840만 페트로를 개인들에게 사전 판매한 뒤 추가로 4,400만 페트로를 경매시장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가격은 1월 중순의 원유 1배럴 가격을 기준을 적용, 1페트로의 최초 판매 단가를 60달러로 책정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가상 화폐 발행에 직접 나선 것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최근 원유가격 급락과 제재국면이 지속되면서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해 있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공식 화폐였던 볼리바르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했고, 경제 시스템은 통제 불능에 빠진 지 오래다.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통화 주권을 지키고,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올 7월 공개를 목표로 크립토루블(cryptoruoble)이라는 가상화폐 개발에 돌입했다. 가상화폐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존 통화와 달리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 미국이 달러체제를 통해 중앙집권 방식으로 통제하는 국제제재 망을 피할 수 있다. 당장은 자구책일 수 있지만, 가상화폐의 세력을 키워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를 흔들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어 보인다.

음지에서 벌어지는 가상화폐 위력은 더욱 세다. 테러 자금으로 쓰이거나 불법 돈 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이슬람 무장 투쟁 단체들이 사이버상에서 가상화폐 후원금 모집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 단체인 알 사다카의 모집 광고는 흡사 국제자선단체를 방불케 한다. “비를 피해 식량이나 탄피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며 동정심에 호소하는 감성적 영상을 내보낸 뒤 마지막에 “기존 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기부하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식이다. “후원자들의 성원으로 건물의 벽과 지붕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는 답례 인사도 잊지 않는다. 알 사다카의 대변인인 하산 아브도는 “가상화폐들은 기존의 지급수단들과 달리 추적은 어렵지만 빠르고 효율적”이라며 “이것은 단지 시작”이라고 대대적 홍보전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역시 새로운 외화 벌이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해킹 그룹이 국내 가상화폐를 해킹해 수백억 원 대의 자금을 탈취해갔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달러 위조 지폐를 만들어 통치자금을 만들던 방식이 가상화폐 해킹으로 진화한 모습이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가상화폐 악용 가능성을 인지하고 뒤늦게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계좌 추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