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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페트병에 이물질 라벨까지 붙이니… 재활용 1등급은 0.1%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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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페트병에 이물질 라벨까지 붙이니… 재활용 1등급은 0.1%뿐

입력
2018.04.0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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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비닐류 등에 대한 재활용 업체의 수거 거부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가운데 2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재활용품선별장에서 작업자들이 불순물이 잔뜩 섞인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폐 비닐류 등에 대한 재활용 업체의 수거 거부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가운데 2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재활용품선별장에서 작업자들이 불순물이 잔뜩 섞인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수거업체, 경쟁력 없는 국산 기피

외국산 수입은 전년보다 3배 급증

일본은 26년 전에 색상ㆍ라벨 부착 제한

우리는 업체 반발에 제재도 못해

“페트병 재질과 구조를 개선해서 기능성 옷까지 만들 수 있게 하겠다.” 2011년 2월 환경부와 한국페트병자원순환협회는 페트 재활용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며 당찬 포부를 내놨다.

그러나 2018년 현재 페트병을 비롯한 우리 재활용 산업의 경쟁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로 인한 재활용품 대란 속에 우리나라 재활용품은 일본 등 재활용 선진국에서 수입한 재활용품에 밀려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4일 환경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벌어진 비닐류 등 재활용품 수거 거부 사태의 저변에는 중국 요인 외에도 일본 등 다른 국가로부터 폐 플라스틱 등 재활용 원료 수입이 급증하면서 재활용업체 채산성이 크게 악화한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올해 1, 2월 폐 플라스틱 수입량은 총 1만1,93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배나 증가했다. 그중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하는 일본은 2,469톤에서 4,916톤으로, 미국은 69톤에서 1,977톤으로 증가했다. 반면 플라스틱의 대중국 수출 물량은 같은 기간 2만2,097톤에서 1,774톤으로 92% 가량 감소했다.

중국 수출길이 막혀 국내 물량이 남아 돌게 됐는데도 수입 물량이 늘어난 원인은 품질이다. 국내 아파트 등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불순물을 제외하면 80% 가량이 페트병이어서 페트병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 국내 페트병은 선진국에 비해 품질이 현격히 낮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장재가 페트병인 전체 제품 3,024종 중에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은 단 3종(0.1%)에 불과하다. 99% 이상이 색상을 사용하거나 분리가 어려운 금속마개, 이종 재질 라벨 등을 부착해 재활용이 어렵고 재생원료의 품질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이미 1992년에 재활용이 어려운 무색 이외의 페트병 및 마개ㆍ라벨 등에 대한 사용을 금지해 원료의 질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가정에서도 깨끗한 상태로 다른 플라스틱과 분리해 배출하는 것은 물론 뚜껑은 별도로 분리하도록 홍보한다. 이 때문에 배출 및 선별ㆍ회수 과정에서 인건비 등이 적어 가격 경쟁력도 우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유색ㆍ복합재질 비율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물질이 많은 상태에서 배출돼 질이 낮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이에 대한 제재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품질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아직 마련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폐지 시장 사정도 비슷하다. 재활용자원 회수ㆍ선별업체인 알앤텍의 홍도찬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의 폐지가 펄프 함량이 높아 물에 젖어도 강하고 빳빳한 반면 아파트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택배상자는 얇은 데다 스티커나 테이프 등 이물질이 많다”며 “제지사들이 외국 폐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지금이라도 재질 구조를 개선하는 규제를 만들고 배출 기준도 높여야 한다”며 “수입 플라스틱 역시 환경부담금 등을 물리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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