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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득권층이 숨기려는 정보 알아낼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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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득권층이 숨기려는 정보 알아낼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

입력
2015.03.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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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14대 대선 낙선 후 영국行… 함께 긴 시간 토론하며 친분 쌓아

존 던 교수는 10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 인터뷰에서 “직접 시민들이 결정을 내린다는 (민주주의의)원래 의미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고대 아테네 정부”라고 말했다. 홍인기기자=hongik@hk.co.kr
존 던 교수는 10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 인터뷰에서 “직접 시민들이 결정을 내린다는 (민주주의의)원래 의미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고대 아테네 정부”라고 말했다. 홍인기기자=hongik@hk.co.kr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 또 선택이 옳든 그렇지 않든 그 결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존 던(75) 영국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정치학 석좌교수는 10일 서울 소공동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모든 권력은 정치적 소통이 가능한 상황에서 시민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던 교수는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정치 권력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기득권층은 정보나 사실을 감추려 하지만 시민들에게 이를 알아낼 자유가 주어질 때 진정한 민주주의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학술원 정치학위원장을 지낸 던 교수는 케임브리지대에서 40년 재직하면서 미국 일본 인도 가나 등의 주요 대학에서도 강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4대 대선에서 낙선한 뒤 영국에 머물 때 친분을 쌓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방한은 연세대 창립 1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 참석을 위한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강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던 교수를 문지영 박사의 사회로 만났다. 문 박사는 최근 출간된 던 교수의 저서 ‘민주주의의 수수께끼’(후마니타스 발행)를 번역했다.

문지영 박사의 질문에 답하는 존 던(오른쪽) 교수. 홍인기기자=hongik@hk.co.kr
문지영 박사의 질문에 답하는 존 던(오른쪽) 교수. 홍인기기자=hongik@hk.co.kr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역사상 이상적인 민주주의가 실현됐거나 이에 가깝다고 보는 시대나 형태가 있는가.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 북한도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스스로 통치자를 고르는 투표가 되고 있는 것과 선거가 없이, 또 한다고 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르다. 또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를 꾸리는 사람들과 시민의 간격이 크게 벌어져 있다. 그래도 시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은 굉장히 큰 차이다. 직접 시민들이 결정을 내린다는 원래 의미에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고대 아테네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 번역된 ‘민주주의의 수수께끼’에서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한국에서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역사는 길고도 고통스러웠다. 민주주의는 분명하게 정해진 어떤 목적지를 향한 단일 경로의 여행이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 동등한 일원으로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면서 좋은 것을 찾아가는 탐색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민주주의의 정의를 내리는 것보다 민주주의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민주주의를 최대한 현명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정치 권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통치자를 고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 선택의 결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자유를 원하지 않는 것은 허약한 사회이며 기회를 두려워하는 것은 겁 많은 사회다.”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정보 유통이라고 지적해왔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에 의한 정보 왜곡도 종종 발생한다.

“현대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지식의 불평등이다. 모든 정부는 자신을 홍보하고 잘못한 일은 숨기려고 하며 정보를 왜곡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정보를 왜곡하려는 힘이 사회에 의해 얼마나 관리되고 있느냐다. 사람들은 아는 것에 대해서만 선택하고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당과 여당의 권력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게 중요하다. 집권층이 추후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질 수 있다는 것,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또 사람들이 표면 뒤에 감춰진 것을 발견해내고 정부가 숨기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진정한 민주주의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집중제, 지역주의로 인해 시민들의 의견이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제도가 정착한지 2세대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통해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역주의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만연해 있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기회는 한국이 오히려 미국보다 크다고 본다. 하지만 이 모든 권력은 시민들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며, 정치적 소통이 가능한 상황에서의 얘기다. 시민들이 얼마나 정치적 의견을 낼 수 있는지 또 이러한 의견이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안다.

“김 전 대통령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케임브리지로 왔는데 세계평화, 사회의 미래 등에 대해 긴 시간 토론했다. 그는 대북문제에 있어서 ‘햇볕정책’이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옳다는 강력한 확신이 있었다. 많은 정치가들을 만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훌륭한 정치가 중의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의 발판이 된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설립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뿐 아니라 위험에 처한 아시아 민주 지도자들을 돕고 싶었다.”

정리=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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