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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저의 배구철학은 헌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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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저의 배구철학은 헌신입니다”

입력
2017.04.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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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임 사령탑에 오른 신진식 감독이 5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휴먼센터 체육관에서 구단의 찬란한 역사를 담은 현수막 앞에 섰다. 용인=류효진 기자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임 사령탑에 오른 신진식 감독이 5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휴먼센터 체육관에서 구단의 찬란한 역사를 담은 현수막 앞에 섰다. 용인=류효진 기자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체육관인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휴먼센터 한쪽 벽면은 팀 우승의 찬란한 역사를 담은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신진식(42) 삼성화재 신임 감독은 “삼성화재 감독은 프로배구 사령탑으로 더 이상 오를 게 없는 자리 아니냐”고 했다. 팀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부담감이 없으면 ‘감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3일 신진식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공교롭게 이날 최태웅(41)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이 2016~17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신 감독과 최 감독은 선수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삼성화재 왕조’를 이끈 두 주역. 올 시즌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한 삼성화재의 부진과 삼성화재의 벽에 막혀 늘 준우승만 하다가 10년 만에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이 묘하게 오버랩 됐다. 5일 신 감독을 만났다.

밝게 웃으며 본보와 인터뷰하는 신진식 감독. 용인=류효진 기자
밝게 웃으며 본보와 인터뷰하는 신진식 감독. 용인=류효진 기자

원래 이날 삼성화재 선수단은 수원 광교산을 오르기로 했다. 기자도 함께 등산하며 인터뷰할 예정이었는데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취소됐다.

신 감독도 선수시절 산을 참 많이 탔다. 그는 러닝 훈련의 일환이지만 등산하며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인내, 끈기, 힘들 때 스스로 이겨내는 법 등 많은 걸 산에서 배웠죠.”

신 감독은 1990년대 중반부터 김세진(43) OK저축은행 감독과 함께 한국 배구를 이끈 거포 출신이다. 신치용(62)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이 감독일 때 그 아래서 실업리그 7연패, 77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188cm의 크지 않은 키에도 가공할 점프력과 빠른 스윙으로 ‘갈색폭격기’라 불렸다. 화려한 공격 못지않게 완벽한 기본기를 갖춘 전천후플레이어였다. 그가 은퇴한 후 수 많은 ‘제2의 신진식’이 등장했지만 곧 사라졌다. 2007년 은퇴 후 국가대표 트레이너와 홍익대 감독, 삼성화재 코치를 거쳐 지휘봉을 잡았다.

신 감독은 훈련 분위기부터 바꿀 참이다. 그는 “그냥 따라 하는 훈련은 몇 시간을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며 “훈련 외 시간에는 뭘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 프로답게 대할 거다. 하지만 훈련 시간만큼은 감독인 내 것이다”고 강조했다.

고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삼성화재 특유의 끈끈함이 사라졌다는 평이 나온다. 삼성화재의 플레이오프 탈락을 밖에서 지켜본 신 감독은 “선수들 각자가 자기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잘 하려는 선수는 있어도 팀에 헌신하려는 선수는 없더라”고 진단했다.

네트 옆에 선 신진식 감독. 용인=류효진 기자
네트 옆에 선 신진식 감독. 용인=류효진 기자

‘백전노장’ 단장(신치용)과 초보 감독(신진식)의 동거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신 감독도 “누군가 ‘신치용 총감독에 신진식 수석코치’ 아니냐’고 그러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단장님이 이뤄놓은 업적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죠. 제가 프로 감독은 처음이니 어려운 부분은 당연히 도움도 청하고 조언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훈련만큼은 제게 맡겨주실 겁니다. 아무 문제없어요.”

앞으로 펼쳐질 삼성화재 ‘레전드’ 출신인 최태웅-김세진-신진식-김상우(44ㆍ우리카드 감독)의 지략대결이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그건 언론이나 팬들이 만든 구도일 뿐이다”며 “저와 김세진 감독의 대결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팀과 팀의 대결이다”고 강조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경우 올 시즌 코트 안의 6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른바 ‘스피드 배구’로 주목 받았다. 신진식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의 철학은 뭘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본기를 갖춘 단단한 팀, 딱 그겁니다. 그 앞에 붙을 수식어나 단어는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전승불복' '신한불란' '겸병필승' '헌신'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삼성화재 체육관. 용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전승불복' '신한불란' '겸병필승' '헌신'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삼성화재 체육관. 용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체육관 또 다른 쪽 벽에는 ‘전승불복(戰勝不復ㆍ영원한 승자는 없다)’ ‘신한불란(信汗不亂ㆍ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겸병필승(謙兵必勝ㆍ겸손하면 반드시 이긴다)’ ‘헌신(獻身)’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그쪽을 보던 신 감독이 말했다. “저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젤 오른쪽(헌신)입니다.”

그가 어떤 배구를 보여주려고 하는 지 짐작이 갔다.

용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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