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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일의 글쟁이 페달] “궁둥이가 불타는 느낌” 때문에 자전거를 포기했다면…

입력
2017.03.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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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통, 그것은 고통 (출처: Cycling Weekly)
안장통, 그것은 고통 (출처: Cycling Weekly)

길었던 겨울이 끝나간다. 볕이 따뜻해지고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지면 자전거를 타고 싶어진다. 봄이 오면 또 사람들은 자전거를 꺼내 타거나 새 자전거를 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절반 이상은 며칠 만에 자전거 타기를 그만두게 된다. 엉덩이가 너무 너무 아파서다. 단언컨대 자전거 라이더의 첫 번째 진입장벽은 ‘안장통(saddle sore)’이다. 물론 초보가 안타던 자전거를 타면 곳곳이 쑤시고 아프기 마련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참기 어려운 게 안장통이다. 누군가는 “궁둥이가 불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는데, 적절한 묘사다. 혹은 엉덩이와 사타구니 맨살을 400번 사포로 박박 민 다음 물파스를 골고루 펴 바른 느낌이랄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절대다수의 자전거 초보들에게 이 안장통은 공평하게 찾아온다. 몇 번 타다 보면 이 통증은 자연스레 괜찮아지는데, 그 ‘몇 번’을 견딜 수 있는가 여부가 관건이다. 동기가 약하면 자연스레 당신은 자전거에서 멀어질 게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별로 해줄 말이 없다. 세상엔 자전거 말고도 좋은 취미가 얼마든지 있고 그런 취미를 즐기면 된다. 이를테면 포켓몬 찾아다니며 걷는 것도 훌륭한 취미다(덕분에 요즘 하루에 1만보 이상 걷는다. 물론 살은 안빠지지만...).

그렇다면 초보 시절을 넘기면 안장통에서 해방될까? 또 그건 아니다. 20년간 열심히 사이클을 타온 베테랑 동호인만이 아니라 밥 먹고 자전거만 타는 프로 선수들도 안장통에 고통 받는다. 큰 대회에서 상위권으로 달리다가 안장통이 심해져 중도 기권하는 선수도 왕왕 나타난다. 이때의 안장통은 앞서 초보들이 느끼는 통증-편의상 ‘뉴비통(newbie痛)’이라 구별하기로 하자-과는 좀 다른 종류다.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바보같이 들리지만, 인간의 신체는 자전거를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는 자세, 특히 로드 바이크를 타는 자세는 인간 본연의 편안한 자세와 무척 거리가 멀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몸의 하중이 안장과 몸의 접촉면에 집중되기 때문에 오래 타면 탈수록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이클리스트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는 ‘피할 수 없는 안장통을 어떻게 최대한 줄이느냐’다.

패드 쫄쫄이, 그것은 진리 (출처: Richard Mansoner's flickr)
패드 쫄쫄이, 그것은 진리 (출처: Richard Mansoner's flickr)

‘뉴비통’은 며칠 자전거를 열심히 타면 사라진다. 그래도 계속된다면 패드가 달린 본격 사이클링 빕숏(bib shorts)을 사서 입어야 한다. 이 물건을 처음 본 당신은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당신이 만약 자전거를 열심히, 오래 탈 생각이라면 빕숏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 번도 안 입어본 사람은 많아도 한번만 입어본 사람은 없다’는 자전거 격언(?)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청바지 같은 걸 입고 자전거를 타다가 신축성 있는 ‘쫄쫄이’ 바지로만 바꿔도 체감효과가 엄청나다. 안장통은 기본적으로 압력에 의해 발생하지만 마찰에 의해 생겨나기도 한다. 몸에 딱 달라붙고 보드라운 재질의 하의는 마찰에 의한 손상을 확실히 줄여준다. 패드까지 달려있으면 말할 나위 없다.

이 대목에서 패드를, 쉽게 말해 ‘쿠션’을 왜 바지에다 붙여야 하는지 궁금해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냥 쿠션 빵빵하게 들어간 안장 쓰면 될 게 아닌가? 나 역시 과거 그런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처음엔 패드가 없는 ‘쫄쫄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왜 자전거 바지에 패드가 달려야 하는지를 납득하게 됐다.

첫째, 패드가 달려있지 않으면 ‘더’ 흉측하고 민망한 모습이 된다. 특히 남성의 경우 그 부분의 윤곽이 더더욱 리얼하게 도드라진다. 운동을 하면 땀이 나기 마련이고 쫄바지라는 건 습해지면 더욱 몸에 착 달라붙는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나는 축축하게 젖은 쫄바지가 얼마나 끔찍한 형상을 연출하는지(속에 팬티를 입고 있었다) 목도하게 됐다. 그날로 두툼한 패드가 달린 빕숏을 주문했다(빕숏은 노팬티로 입는 게 정석이다).

빅쿠션 안장
빅쿠션 안장

둘째, 쿠션 안장은 패드 바지를 입지 않고도 패드를 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대개 무겁고 못생겼다. 안장통만 줄일 목적이라면 쿠션 안장과 패드 없는 쫄바지 조합도 괜찮다. 하지만 당신은 거대한 안장으로 더 못생겨진 자전거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하고 남성일 경우 더욱더 흉측해진 자신의 그 부위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자전거라는 물건은 타는 시간보다 세워두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점이다.

안장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난제다. 패드 달린 빕숏은 종착지가 아니라 단지 출발점이다. 다음 회에서는 초보를 벗어난 후 닥쳐오는 안장통이 대체 어떤 것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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