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등록 : 2017.10.13 17:47
수정 : 2017.10.13 18:34

할리우드 휩쓴 웨인스타인 성폭력 사건은 어떻게 이뤄졌나

[사소한소다]<53>웨인스타인 성폭력 사건

등록 : 2017.10.13 17:47
수정 : 2017.10.13 18:34

미국 영화 배급사 웨인스타인 컴패니의 공동 설립자였던 하비 웨인스타인. EPA 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첫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웨인스타인 규탄 성명이 이어지고 있고 다른 피해자들도 속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웨인스타인 외에 다른 할리우드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성폭력 피해 사실도 추가로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폭로되고 있다.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배우들. 기네스 팰트로, 로잔나 아퀘트, 미라 소르비노(윗줄 왼쪽부터), 로즈 맥고완, 안젤리나 졸리, 아시아 아르젠토, 애슐리 저드(아랫줄 왼쪽부터) AP 연합뉴스

회사는 웨인스타인의 성폭력을 방관했다

웨인스타인이 30년 가까이 저질러온 성폭력들은 기이할 정도로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는 20대 초ㆍ중반에 경력을 막 시작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들을 미국 펜실베니아의 베버리힐즈 호텔 등 수십년간 같은 호텔에 비즈니스 미팅을 명목으로 불러냈다. 웨인스타인은 이들 앞에 나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등장해 목욕을 하는 것을 봐달라고 하거나 마사지를 요구했다.

웨인스타인 컴패니의 임직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 피해자들을 적극 유인하는 역할을 맡은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웨인스타인과 호텔방에 단 둘이 남는 것을 경계할 때 이것이 공적인 만남이라고 설득해 함께 호텔방에 들어간 뒤 웨인스타인이 등장하면 사라졌다.

웨인스타인 컴패니의 여직원들 중에도 피해자가 발생했다. 그래서 미라맥스 로스앤젤레스 전 대표인 마크 질은 인터뷰에서 “웨인스타인이 여직원을 단독으로 호출하면 동료 여직원들이 함께 뭉쳐서 갔다”고 말했다.

자신을 탓하며 침묵했던 피해자들

지난 5일 뉴욕타임스에서 배우 애슐리 저드와 로즈 맥고완이 웨인스타인의 성폭력을 고발한 보도가 나간 뒤 피해담이 줄줄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연예계에서 성공을 갈망하는 힘없는 여성들부터 유명인사 가문의 ‘금수저’들까지 다양했다. 미디어와 연예계 2세들인 기네스 팰트로와 안젤리나 졸리, 레아 세이두, 아시아 아르젠토, 미라 소르비노 등도 웨인스타인에게 성희롱 및 부당한 성적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강력하게 저항하지 못한 점을 자책한 피해자도 있다. 이탈리아 감독 겸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21살이던 1997년 웨인스타인에게 구강성교를 강요당한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거절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육체적으로 맞서 싸우지 못한 점이 수년동안 죄책감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아르젠토는 “웨인스타인이 나를 뭉개버릴까봐 지금까지 성폭력 사실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우 겸 감독 벤 애플렉. AP 연합뉴스

웨인스타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계기로 ‘미국 연예계의 뿌리깊은 성폭력 문제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연예계 거물들의 성폭력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사람은 감독 겸 배우인 벤 애플렉이다. 애플렉은 10일 트위터에 “함께 작업을 많이 했던 사람이 권력을 남용해 지난 수십년간 많은 여자들을 겁주고 성적으로 유린한 것을 보면 너무 화가 나고 슬프다”며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온 직후 배우 힐러리 버튼은 트위터에 “애플렉이 2003년 MTV의 쇼프로그램인 ‘TRL’에서 가슴을 만졌다”고 폭로했다. 애플렉은 12일 트위터에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글을 올리며 잘못을 시인했다. 애플렉은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동생 케이시 애플렉이 영화 촬영장에서 여성 스태프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을 때 동생을 감쌌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배우 레아 세이두는 12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와인스타인 같은 남성들을 항상 마주쳤다”며 과거 함께 작업을 한 감독들 중에 성희롱을 하고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성적 불쾌감을 줬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배우 겸 감독인 조지 클루니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금도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이 3~4명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연한 성폭력 문화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우겸 제작자인 레나 던햄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할리우드의 침묵, 특히 웨인스테인과 가깝게 지낸 남성들의 침묵은 여성이 목소리 내는 것을 막는 문화를 공고히 할 뿐”이라며 “변화를 일으키는 게 우리가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더 크게 말하라”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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