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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빅데이터, 혁신의 새로운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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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빅데이터, 혁신의 새로운 동력

입력
2015.12.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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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해마다 세계 기업들의 가치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는 10위 권 기업의 절반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들이 차지했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제품이 갖는 가치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점점 옮겨가고 있다. 이는 향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 자체가 쇠퇴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오늘날의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IT 강국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하드웨어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시급히 찾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빅데이터를 눈 여겨 봐야 한다. 앞으로는 의료, 교통, 교육, 쇼핑을 비롯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분야의 서비스는 빅데이터 프로세스를 거쳐 제공될 것이다. 오늘날 과학적인 그리고 산업적인 혁신을 위한 새로운 패턴과 트렌드를 발견하는데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수립된 계획을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수정한다. 이 같은 데이터 사이언스의 패러다임은 의사 결정 과정의 시행착오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소시키고, 혁신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한다.

서울대는 빅데이터 분야의 초학제적 연구를 바탕으로 신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하여 2014년 4월 빅데이터연구원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혁신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정부가 대학과 협력해 디지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탠퍼드대 학생 2명이 창업한 회사가 바로 구글이다. 벤처가 활성화되지 않은 독일의 경우도 프라운호퍼 같은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전문 분야별로 60여 개로 나뉘어 주요 대학 옆에 위치하면서 대학과 기업 사이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우리의 중앙부처는 물론 지자체들 역시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계와 더불어 시너지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지나친 법적 규제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치 있게 활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같은 글로벌 빅브라더 기업이 방대한 데이터 활용을 토대로 나날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현실이다.

한국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실험적 빅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테넌트별 데이터 분리 저장ㆍ비식별화 기술 등을 이용하여 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한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고성능 플랫폼을 바탕으로, 공공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융합하여 유의미한 분석을 수행하고, 축적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법제를 마련하는 것이 빅데이터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 거버넌스가 갖춰진다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금융사, 이동통신사, 병원 등 민간 영역에서 보유한 데이터와 정부 3.0에 기반한 오픈 데이터, 대중교통, 건강보험 정보 등 공공 영역의 데이터를 융합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은 정책 결정 과정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주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생존 분석, 스타트업과 관련 일자리 창출 등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신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 파고에 묻히지 않으려면 빅데이터를 통한 산업과 사회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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