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서울시향 연주회서 '아르메니아 학살' 소동

알림

서울시향 연주회서 '아르메니아 학살' 소동

입력
2015.05.15 11:15
0 0

아르메니아 첼리스트 앙코르 때 학살 100주기 추모곡 소개

터키인 추정 "정치 발언 말라" 고함, 객석에선 연주자에게 응원의 박수

관객석의 "입 닥쳐"라는 야유에 지지 않고 14일 서울시향 협연 앙코르곡으로 아르메니아 학살 100주기 추모음악을 연주한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리안. 서울시향 제공
관객석의 "입 닥쳐"라는 야유에 지지 않고 14일 서울시향 협연 앙코르곡으로 아르메니아 학살 100주기 추모음악을 연주한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리안. 서울시향 제공

14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유카페카 사라스테와 러시아의 밤’ 공연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한 관객이 연주자에게 야유를 퍼부었지만 연주자는 꿋꿋하게 준비한 발언을 끝냈다. 공연 직후 다른 관객들은 이 연주자에게 몰려들어 예정에 없던 즉석 사인회까지 열었다.

소동은 서울시향과 협연한 아르메니아 출신의 첼리스트 나레크 하크나자리안(27)이 차이코프스키의 야상곡 C#단조, 로코코 변주곡 A장조를 연주한 직후 앙코르곡을 연주하려 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아르메니아인으로서 제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에 이 앙코르를 바치고 싶다. 올해 2015년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기 되는 해”라고 말했다. 이 때 터키인으로 추정되는 한 관객이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말라!”고 야유를 퍼부었고, 객석은 술렁거렸다.

하크나자리안은 “(아르메니안 대학살은) 오스만 제국이 1915년에 저질렀고 약 150만명 정도의 아르메니아인들이 죽었다”고 꿋꿋하게 발언을 이어가자 다시 한번 “입닥쳐!(You shut up!)”라는 야유가 터졌다.

하지만 다른 관객들은 하크나자리안의 편이었다. 하크나자리안이 “내가 입을 닥쳐야 하나? 그가 입을 닥쳐야 하나?”며 당황하자, 객석에서 연주자를 응원하는 박수가 쏟아졌다. 하크나자리안은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에게 바치고자 조반니 솔리마가 작곡한 ‘라멘타치오’(애통)를 들려드리겠다”며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커튼콜은 3차례 이어졌다. 2013년 6월 서울시향과 첫 내한공연을 가진 하크나자리안은 당시에도 이 곡을 앙코르곡으로 선보였었다.

서울시향 협연에서 아르메니아 학살 100주기 기념 음악을 연주한 나레크 하크나자리안.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 협연에서 아르메니아 학살 100주기 기념 음악을 연주한 나레크 하크나자리안. 서울시향 제공

1부 협연을 끝낸 하크나자리안은 서울시향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3번 연주를 1층 객석에서 관람했고, 그를 알아본 관객 30여명이 공연 후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면서 예정에 없던 미니 사인회까지 열렸다.

하크나자리안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곡을 앙코르 연주한 적이 거의 없지만, 올해는 아르메니아 학살 100주기를 맞아 이를 추모하기 위해 특별히 연주했다”며 “올해 아르메니안 학살 100주기를 추모하는 공연이 아르메니아 내에서도 있는데 공연 중에 종종 그런 일(아유)이 있다. 사인회 때 한국 관객들이 찬사를 보내주셔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하크나자리안이 연주가 끝난 뒤 야유한 관객이 뭐라고 했는지 물었던 걸로 보아 야유한 내용을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20세기 최대의 홀로코스트 중 하나로 불리는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이던 1915~1918년을 전후해 터키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사망자 수는 아르메니아 측 주장에 따르면 150만 명, 터키 측 주장에 따르면 30만 명이다. 학살 100년이 되는 올해 아르메니아에서 추모 행사가 잇따르고 있고,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이 사건을 집단학살(Voelkermord)로 언급했다. 아르메니아를 비롯해 유럽연합, 교황청, 러시아, 독일 등은 당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인종 학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터키는 이 용어의 사용을 거부하고 전시에 불가피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 관련영상: 나레크 하크나자리안의 '라멘타치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