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반석 기자

등록 : 2017.03.27 04:40

“스펙 해방ㆍ고용 안정”… 청년들 재팬 러시

등록 : 2017.03.27 04:40

일자리, 구직자보다 1.43배 많아

작년 상반기만 1700여명 일본행

2015년의 두 배 달해 폭증 추세

높은 교육 수준ㆍ조직 적응력에

日기업들, 한국 청년 선호 1순위

2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본취업 성공전략 설명회’에 취업준비생 400여명이 참석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기업인 LG생활건강을 2년간 다니던 김모(31)씨는 지난 2015년 해외로 나가겠다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지난해부터 한국무역협회에서 국비지원 소프트웨어(SW) 교육과정을 밟았고, 일본어도 배워 올해 초 일본의 IT 중견기업에 취업했다. 김씨는 “일본어 자격증도 없고 문과 출신에 IT 기술에도 문외한이라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었다“면서도 “일본 기업은 스펙(취업을 위한 학점이나 외국어시험 점수)보다는 실무능력을 더 중요하게 따져 입사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해외취업 지원프로그램인 무역협회 교육과정에 참가한 사람이 108명. 이 중 103명(95.4%)이 일본의 크고 작은 기업에서 새 둥지를 찾았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일본의 한 대형은행에 취업한 나모(25)씨도 일찌감치 일본으로 눈을 돌려 성공한 케이스다. 나씨는 “취업 자체가 어려운 한국에 비해 일본은 취업률이 높고 생활양식도 비슷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토익이 800점대 후반만 돼도, 일본에서는 굉장히 높은 점수”라며 “한국 대기업보다 초임 연봉은 낮지만 연봉상승률은 더 높고, 고용안정성도 매력적”이라고 만족해했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 청년의 재팬 러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본이 국내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지난해부터 입소문이 나면서다. 야근이 잦은 한국의 근무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데다 해외에서 일하면서 전문성까지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작년 상반기에만 한국인 1,700여명이 사무직 관련 취업비자를 받아 대한해협을 건너 일자리를 구했다. 2015년 한 해(1,780명) 취업자 수를 상반기에 다 채울 정도로 폭증 추세다.

24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일본취업 성공전략 설명회’에서는 일본 취업을 향한 청년들의 열기가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취업준비생과 학부모 등 400여명이 입추의 여지 없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지방 학생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상당수는 일본기업 관계자들의 강연을 통역 없이 이해할 정도의 수준으로 보였다. 동덕여대 손유진(22·4학년)씨는 “한국처럼 스펙으로 줄 세우지 않고 공 들여 사람을 뽑는 일본기업에 가고 싶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우수한 한국인력을 유치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구애가 맞물려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아베총리 경제정책)에 따른 경기호황으로 일자리가 늘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지난해 27.3%에 이르는 등 인구절벽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가 1.43개(1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노동력이 부족하다.

일본 정부도 1년만 일본에 머물러도 영주권을 주겠다며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 청년들은 높은 교육수준과 조직적응 속도가 빨라 ‘선호 1순위’라는 게 일본 기업 관계자들 얘기다. 노무라 증권 관계자는 "한국 청년들은 일본 청년들보다 승부욕과 끈기도 있다“고 했다.

물론 낯선 나라에서의 적응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2015년 대학 졸업 후 일본의 한 공항에 입사한 김모(29)씨는 “고객 응대 방식 같은 일본 특유의 문화에 적응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고 했다. 외국인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나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바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일본 기업들의 인재유치 경쟁 상황이 한국 청년들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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