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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채권단 ‘대우조선 학습효과’ 원칙론 내세운 정공법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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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채권단 ‘대우조선 학습효과’ 원칙론 내세운 정공법 택했다

입력
2016.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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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생명 연장” 비난 우려

금융당국의 일관된 지지도 영향

‘17조원대 피해’ 대마 불사론엔

“화물수요 충분” 대란 가능성 일축

“한진해운, 유지 어려워” 전망 속

그룹의 새로운 해운업 가능성도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한 30일 오후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차량들이 화물을 운반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한 30일 오후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차량들이 화물을 운반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막판 반전은 없었다. 30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그간 누차 밝혔던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그대로 적용,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자구안을 내놓은 한진해운을 사실상 청산의 길로 떠미는 결단을 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行)이 최근 가시화하자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한진해운이 청산할 시 17조원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마불사론’ ‘동정론’ 등이 강하게 일었다. 고위 채널을 통해 정치권 등의 채권단을 향한 자금 지원 압박도 있었다. 이날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결국 채권단이 한 발 물러서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런 압박을 버텨낸 것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학습효과가 크다. 산은 등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 결정 등에 따라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추가 자금 지원을 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며 부실ㆍ비리 기업의 생명을 연장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내건 원칙을 꺾고 한진해운에 자금 지원 결정을 할 경우 또다시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아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산적한 산은이 초반부터 원칙을 무너뜨릴 경우 향후 구조조정에서 차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때와 달리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원칙론’을 일관되게 지지하며 외풍을 막아준 것도 채권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채권단은 해운업계가 대마불사론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연간 17조원대 피해 우려’도 다소 과장됐다고 본다. 산은 관계자는 “화물 수요가 있는 만큼 국내외 해운사들이 앞다퉈 짐을 실어주겠다고 나설 것”이라며 물류대란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부산항을 거쳐가는 해운수요 일부가 중국으로 옮겨가는 데 따른 피해 가능성은 인정했다.

이날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불가 결정으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외에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됐다. 과거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통해 클린컴퍼니로 회생한 사례처럼 해운사 법정관리가 꼭 청산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진해운 사업 모델 특성상 청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채권단과 업계는 보고 있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주로 벌크선 장기 운송 계약으로 영업했던 팬오션과 달리, 원양 컨테이너 정기 운항이 영업 모델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돌입과 함께 해운동맹 퇴출, 용선료 미지급에 따른 채권회수 조치 등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사업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한진해운이 회생 절차를 밟아 우량자산을 매각하면서 현대상선이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 간 합병을 하는 방안, 글로벌 해운사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제시해 한진해운을 인수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한진해운은 해운동맹에서 퇴출되고, 선박 역시 압류될 가능성이 높아 합병이나 인수 실익 자체가 거의 없을 거라는 어두운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한진이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과 항만 관련 지분을 이미 사들인 만큼 한진그룹이 이를 토대로 새롭게 해운업을 시작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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