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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마다 재계약 ‘파리목숨’ 대리점, 최소 3년 영업보장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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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마다 재계약 ‘파리목숨’ 대리점, 최소 3년 영업보장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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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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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단위 재계약의 굴레 속에 본사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대리점주들에게 최소 3년 이상의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밀어내기’ 등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대리점주들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바로 중지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공정위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대리점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최영근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건을 계기로 2015년 12월 대리점법이 제정ㆍ시행됐지만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8~12월 5개월간 전(全) 산업의 대리점 15만개와 이들과 거래하는 본사 약 4,80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공정위는 대리점의 안정적인 거래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대리점 분야 표준계약서에 최소 3년 이상의 계약갱신요구권(재계약 요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점 약 477곳 중 336곳(70.4%)가 “1년 단위로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대리점이 계약종료 등을 우려해 본사의 ‘갑질’을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최영근 과장은 “계약갱신요구권이 설정된 계약서를 체결한 이후 본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대리점법상 ‘불이익제공’ 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을(乙)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대리점주들이 단체를 결성해 본사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도 법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리점단체의 구성권을 명시하고, 단체구성ㆍ가입ㆍ활동을 이유로 본사가 대리점주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대리점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대리점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6%가 ‘대리점 사업자단체 구성권 명문화’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점(4,453곳) 중 “대리점 단체 또는 협회에 가입했다”고 응답한 곳은 665곳(14.9%)에 그쳤다.

민사적 피해구제 수단 확충

대리점이 본사 갑질에 따른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는 선택지도 확대한다. 먼저 대리점법에 ‘사인(私人)의 금지청구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중지 명령’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은 대리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행정제재(과징금 등), 고발 등의 권한을 공정위가 독점한다. 때문에 대리점주 입장에선 본사 갑질에 대한 공정위의 최종 처분이 나올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고,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면 달리 대응할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대리점법에 사인의 금지청구권이 도입되면 대리점주는 공정위에 신고할 필요 없이 법원에 “본사의 갑질을 즉각 중단시켜 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본사의 법 위반 유인을 억제하기 위해 대리점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대상에 ‘보복조치’ 행위를 추가하기로 했다. 지금은 대리점법의 ‘구입강제’ ‘경제상 이익제공행위’에 대해서만 실제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리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 대리점주가 관련 자료를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대리점법에 ‘자료제출명령권’(법원이 본사에 손해입증에 필요한 자료제출 명령)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직권조사 대폭 강화

공정위 차원의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의류업종을 시작으로 매년 업종별 대리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직권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본사가 ▦인기제품을 공급 받으려면 반드시 신제품도 구입하도록 강제하거나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에 공급물량을 과도하게 축소하고 ▦계약해지를 빌미로 불공정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행위로 지정(고시)해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

최영근 과장은 “이번 대책을 계기로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 관행이 개선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약자인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리점 분야에 종사하는 중소상공인 등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 소득주도의 성장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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