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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인데…계란ㆍ치킨업계는 ‘계륵’ 신세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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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인데…계란ㆍ치킨업계는 ‘계륵’ 신세 전락

입력
2017.08.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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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닭의 수난시대다.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인 올해 닭, 계란을 둘러싼 파문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봄까지 계속됐던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대량 살처분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던 양계 농가에 이어 치킨가격 인상 파동과 살충제 달걀 대란까지 겹치면서 계란 및 치킨업계는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부터 번진 조류인플루엔자(AI) 악몽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단위로 확산된 AI가 역대급 재앙으로 확산된 가운데 지난해 12월13일 경기 양주시 농촌테마공원내 거점소독소에서 한 방역관계자가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단위로 확산된 AI가 역대급 재앙으로 확산된 가운데 지난해 12월13일 경기 양주시 농촌테마공원내 거점소독소에서 한 방역관계자가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올해 4월까지 이어진 AI는 역대급 재앙으로 번졌다. 지난해 11월 16일 첫 발병한 AI로 인해 전국에서 약 60일 동안 3,000만 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 한 달 후에야 관계장관회의를 열면서 적기 대응을 놓쳤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가격도 뛰었다. 계란 값은 만원 대로 치솟았고 닭고기와 오리고기 가격도 올랐다. 정부에선 이례적으로 수급 안정화를 위해 미국에서 총 100톤 가량의 계란을 수입했다.

하지만 AI 파동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지난 6월초 AI가 잠잠해진 기미를 보이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위기 경보를 평상시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직후 또 다시 재발하는 등 상반기 내내 기승을 부렸다.

치킨 업계 “브라질 부패 치킨∙가격 논란 이중고”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국내 대형마트가 일제히 브라질산 닭고기의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지난 3월2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국내산 닭고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국내 대형마트가 일제히 브라질산 닭고기의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지난 3월2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국내산 닭고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불어 닥친 ‘브라질 부패 닭고기 파동’은 치킨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파동은 지난 3월17일 육가공업체 공장과 관련 시설을 기습 단속한 현지 브라질 연방경찰이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 축산물을 판매해 온 사실을 적발하면서 불거졌다. 국내 전체 수입 닭고기의 40% 가량을 차지한 브라질 닭고기 수출업체 BRF 등도 이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커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BRF에 대해 국내 유통과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내리고 다른 브라질산 닭고기도 수거해 검사했다. 대형마트 3사, 편의점 3사 등을 비롯한 유통사는 모든 브라질산 닭고기의 판매와 발주를 중단시켰다.

잡음은 치킨업계에서도 터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월 해당 업체인 치킨 프랜차이즈 빅3(BBQ, 교촌, BHC 치킨)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하자, 가격인상 계획 철회와 인하를 속속 발표했다. 당초 공정위는 BBQ에서 가맹점으로 광고비 분담 명목으로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거둬가기로 한 과정에서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BBQ는 긴급회의를 열어 가격 복귀 발표를 했지만 입장 번복을 두고 비판이 일었다. 그 동안 가맹점과 원가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추진했던 치킨업계가 자발적으로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해온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을 면치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전국 덮친 살충제 계란 공포

지난 16일 서울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에서 소비자들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살충제 성분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 16일 서울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에서 소비자들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살충제 성분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배우한 기자

8월 초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살충제 계란'이 국내에서도 발견되면서 산란계(계란 낳는 닭)농가와 소비자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지난 17일 오전 5시 기준으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피프로닐’을 사용하거나 허용 살충제 ‘비펜트린’을 기준을 넘겨 사용한 산란계 농가가 총 31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27곳은 ‘친환경’ 무항생제 농가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된 지난 16일 강원 철원군의 한 농장에서 닭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농장의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국제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된 지난 16일 강원 철원군의 한 농장에서 닭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농장의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국제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열악한 산란계 사육 환경이 살충제 계란 파문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장이 있는 경기 남양주시의 당국 관계자는 “닭이 진드기를 제거하려면 ‘흙목욕’ 등을 해야 하나 비좁은 사육공간 탓에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폭염 등으로 진드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산란율이 떨어지자, 문제의 약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문으로 업계의 ‘안전불감증’과 ‘관리부실’ 등이 불거지면서 축산농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또한 부적합 농장주를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사법 처리한다는 당국의 발표에 농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AI에 연이은 계란 파동에 소비자 불신이 커지자 정부는 민심달래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17일까지 전국 산란계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겠다”며 “피프로닐이 국제기준 이하로 검출된 계란도 전량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김빛나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제학부 4)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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