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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용감한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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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용감한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할 것”

입력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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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자 9명ㆍ각계 인사 힘 모아 ‘내부제보실천운동’ 공식 발대

장진수(43ㆍ왼쪽)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과 백찬홍(56) 에코피스아시아 상임이사는 “소속 기관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장진수(43ㆍ왼쪽)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과 백찬홍(56) 에코피스아시아 상임이사는 “소속 기관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명박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폭로한 장진수(43)씨.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던 장씨는 폭로 과정에서 증거인멸의 실행자로 피고인이 돼 2013년 11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공직을 떠나야 했다.

공무원 최고 징계인 파면에 상당하는 처벌로 4년간 공무 관련 직장을 잡을 수 없게 된 그와 두 딸을 대신해 전업주부였던 부인은 현재 국숫집을 열고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장씨는 “이력 때문에 민간에서도 받아주질 않는다”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인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씨는 주저앉기 보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신과 같은 내부고발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장씨 등 내부고발자 9명을 포함해 종교^문화^학계 인사 등 280여명이 지난 16일 국내 첫 내부고발자 보호단체인 ‘내부제보실천운동’의 공식발대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단체 설립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내부고발자는 입시비리와 사학비리를 폭로한 전경원(하나고)^안종훈(서울 동구마케팅고) 전 교사와 계룡대 군납비리를 고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 목회자 횡령 등 교회비리와 싸우는 권희청 전 안민교회 신자 등이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인 백찬홍 에코피스아시아 상임이사와 장씨는 “내부제보실천운동 목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내부고발만 조사하는 상시 독립 기구를 설립하고, 기존 내부고발자들도 포함하는 내부고발자 보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단체 설립에 뜻을 모으고 활동을 시작했다.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단기적인 법률^경제적 지원보다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도울 조직의 필요성을 느껴서다. 백 이사는 “당초 올해 하반기나 단체를 설립할 계획이었는데, 탄핵정국이 되면서 일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4~6월 국회 임시회에서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힘쓰고 있다. 특별법에서 내부고발 사건만 전담하는 상시 독립 기구 설립은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양심선언을 해도 세상이 바뀌겠나’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일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에 대한 확실한 조사가 첫걸음이다.

장 씨는 “내부고발자에게 확실한 증거를 함께 요구하는 건 내부고발을 하지 말란 것”이라며 “증거가 없어도 신빙성이 높으면 내부고발 내용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 내 경쟁상대 등을 내부고발로 음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걱정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높은 내부고발을 조작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백 이사도 “조사권과 계좌추적권을 기본으로 최대 수사권까지 갖는 상시 독립 기구를 설립해야 실질적인 내부고발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시 독립 기구가 내부고발 사건 조사의 첫걸음이라면, 보상체계 마련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다.

내부고발 사건 조사가 이뤄지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내부고발자들은 자신이 몸담던 조직에서 대부분 내쫓기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 백 이사는 “캐나다의 경우 내부고발 사건의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규정해 1년 안에 마무리 한다”며 “고발 당한 조직이 내부고발자의 심리^경제적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시간 끄는 행위는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보상체계에서 내부고발자들이 그나마 기대 볼 수 있는 법적 테두리는 공익신고가 인정된 경우 환수금의 5%를 보상으로 받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다.

하지만 권력형비리나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내부고발의 주된 유형은 돈으로 환산이 어려운 만큼 공익신고 범주 자체에도 들지 못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사실상 쓰레기불법투기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쓰파라치(쓰레기+파파라치)와 같은 각종 파파라치를 제도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백 이사는 “내부고발자가 받는 보상은 자신의 10년 연봉 정도로 커야 한다”며 “보상금을 내부고발자가 속한 조직이 부담하도록 해 부패한 조직이 경제적 피해도 걱정하게 만들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단체명을 ‘내부고발’이 아닌 ‘내부제보’로 정한 이유에 대해 ‘고발’이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이라고 했다. 옳은 일을 하고서도 좋은 소리를 쉽게 듣지 못하는 세상을 바꿔 보자는 순수한 의도로 단체를 발족했는데, ‘먹고살기 힘들어 단체 하나 만들었나’라는 식으로 매도될까 살짝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내부고발을 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습니다.” 자신들의 외침에 이제 시민들이 응답해 주길 기다리는 두 사람이다.

이태무 기자abcdefg@hankookilbo.com

장진수(오른쪽)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과 백찬홍 에코피스아시아 상임이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국내 첫 내부고발자 보호단체 설립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장진수(오른쪽)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과 백찬홍 에코피스아시아 상임이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국내 첫 내부고발자 보호단체 설립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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