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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아름다운 강산’ 친박 전유물 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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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아름다운 강산’ 친박 전유물 될까 걱정”

입력
2016.12.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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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열린 촛불집회에서 세 번 넘게 참석했다. 신대철 제공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열린 촛불집회에서 세 번 넘게 참석했다. 신대철 제공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친박 단체가 시위에서 부르는 것에 불쾌함을 표출한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인 신대철(49)이 촛불집회에서 직접 ‘아름다운 강산’을 연주한다. 신대철은 ‘아름다운 강산’을 만든,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이다.

지난 8주 동안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촛불집회를 이끈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박진 대변인은 21일 한국일보에 “신대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보고 섭외했다”며 “31일 촛불집회 본 무대 공연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철이 17일 SNS에 “촛불집회 집행부가 나를 섭외해준다면, 가서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아름다운 강산’을)연주하겠다”고 올린 글에 촛불집회 주최 측이 응답한 것이다.

신대철은 ‘아름다운 강산’의 가사는 손 대지 않고, 멜로디를 편곡해 촛불집회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신대철은 “‘아름다운 강산’이 오랫동안 광장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곡을 길게 편곡할까 고민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대철은 시나위가 아닌 다른 음악인들과 함께 촛불 공연 연합 팀을 별도로 꾸려 무대에 선다. 신대철은 “대단한 보컬리스트를 섭외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고 연주할 음악인들 명단은 내주 발표한다.

신대철은 지난 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 단체가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박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를 하며 ‘아름다운 강산’을 합창하는 걸 보고 “기가 차다”며 불쾌함을 털어놓았다. 신중현이 유신 정권 시절 ‘광장 민주주의 실현’을 꿈꾸며 만든 저항의 곡인데 ‘박사모’ 등이 현 정권을 옹호하며 거리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게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비판이었다.

신중현은 자서전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찬가를 만들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거절한 뒤 바로 쓴 곡이라고 회고했다. 그룹 더 맨으로 활동하던 1971년 일이다. 신중현은 당시 ‘빗 속의 여인’과 ‘커피 한 잔’을 만들어 큰 인기를 누리던 작곡가였다. 신중현은 “청와대에서 걸려 온 전화를 끊고 난 5분 뒤 집권당인 공화당 측에서도 같은 요구를 했는데, 이 또한 거절했다”는 옛 얘기도 꺼냈다. 찬가 작곡 거절 뒤 신중현의 곡들은 줄줄이 금지곡이 됐고, 그는 ‘불온 가수’란 딱지가 붙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겼었다.

음악인이 자신의 음악적 방향 및 정치관과 맞지 않는 정치인 혹은 단체에 자신과 관련된 곡을 쓰지 말아달라고 주장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미국 밴드 R.E.M과 영국 밴드 롤링스톤스, 가수 아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화당 후보 시절 유세 현장에서 자신의 곡을 사용하자 “내 곡을 쓰지 마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신중현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고초를 겪었고, 이를 잘 아는 그의 아들이 ‘아름다운 강산’을 친박 단체에서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달리 일각에선 “노래 부를 자유도 없냐”며 신대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신대철은 “‘아름다운 강산’에 담긴 의미와 맞지 않게 특정 보수 단체의 전유물이 될까 걱정이 돼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신대철은 ‘아름다운 강산’의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와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 희망을’ 등의 가사를 언급하며 ”철저히 (자유가)배격됐던 시대의 외침을 표현한 것”이라며 “아고라(광장)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곡”이라고 설명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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