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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미 FTA '농산물 추가 개방' 여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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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미 FTA '농산물 추가 개방' 여지 남겼다

입력
2017.12.1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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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협상 앞 1차 공청회 보고서

산업부 반대로 피해 예측 삭제

결국 ‘추가 개방 불가’ 내용 빠져

백운규 장관 “개방 불가 강조한 건

협상 룰에서 방법론이라 생각”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내년 초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 추가개방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가 이달 18일 국회 보고를 마지막으로 완료됨에 따라 조만간 공식 협상이 시작된다. 정부는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 추가개방을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인 ‘레드라인’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협상을 주도할 산업통상자원부 기류는 이와 상반된다.

13일 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1차 공청회에 발표된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서 농촌경제연구원이 결론 내린 ‘농산물 추가개방 불가’라는 내용이 산업부의 반대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농축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추가 개방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경제적 타당성 연구 결과를 산업부 측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산업부가 FTA 개정을 위한 협상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1차 공청회 때 발표된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을 뺐다”고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는 한미 FTA 개정 협상 개시를 위해 국내 통상법에 규정된 절차다. 하지만 지난 1차 공청회에서 발표된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선 농산물 분야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공청회는 농민단체의 거센 항의로 결국 개최 10분 만에 중단됐다.

농산물 분야 피해 예측을 삭제한 것은 정부가 협상의 재량권을 넓히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미국이 농산물 분야에 대한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어느 정도 수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 개방이 불가하다’는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미리 공개해 자충수를 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1차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지만 이후 “추가 공청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통상 전문가는 “산업부가 공청회장에서 토종닭협회장과 낙농육우협회장, 한우협회장 등 3명만 따로 불러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농산물 분야를 진지하게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면 ‘추가 개방 불가’ 의견을 공청회 보고서에 담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농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이달 1일 2차 공청회가 열렸고, 농산물 분야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가 공개됐다.

산업부 입장은 좀 더 노골적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 분야를 레드라인이라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협상룰에서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며 “(레드라인이) 김 본부장의 진심인지, ‘블러핑’(자신의 패가 상대보다 약하다고 생각될 때 오히려 더 강한 베팅을 해 상대를 이기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이 개정 협상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을 등에 업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레드라인’을 강조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대한(對韓) 무역적자 해소에서 우선시하는 자동차 분야 추가개방 요구를 막는 과정에서 농산물까지 지키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농산물 분야는 국내에서 정치적 민감성이 워낙 큰 사안이어서 산업부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향후 개정 협상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에 달려 있는데, 아직 시작도 되기 전이어서 언제 끝날지 예상하긴 어렵다”며 “우리는 신속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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