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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욜’과 ‘페쉬메르가의 연인’

입력
2017.10.24 17: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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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옥 허가를 받은 다섯 남자의 이야기 ‘욜’은 쿠르드족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는 다섯 남자 중 오메르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고향은 터키 군과 쿠르드 독립전사의 대치로 폐허가 돼있다. 그의 형 또한 독립전사였는데 하필 그때 형이 군인들에게 사살된다. 오메르는 감옥으로 돌아가는 대신 쿠르드 빨치산이 되기로 하고 집을 떠난다. 남편을 잃은 형수에게는 “지금부터는 내가 형수의 남편입니다”는 말을 남긴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보고 쿠르드족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있다.

▦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에 흩어져 있는 쿠르드족은 인구가 3,000만~4,500만 명이나 되지만 독립국가가 없어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으로 불린다. ‘욜’의 감독 이을마즈 귀네이 역시 쿠르드족이다. 배우, 감독, 작가로 유명한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수감됐는데 ‘욜’도 감옥에서 만들었다. 콘티를 조감독에게 넘겨 촬영하게 하고는 탈옥에 성공해 막바지 작업에 참여했다. 198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결정돼 트로피를 받을 바로 그 순간에 체포, 송환돼 2년 뒤 마흔 일곱에 생을 마쳤다.

▦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도 쿠르드족 영화다. 추위를 견디고 등짐의 무게를 버틸 수 있도록 말에게 술을 먹이는 가난한 쿠르드 아이를 차분하게 그린 수작이다. 감독 바흐만 고바디 역시 쿠르드족이다. 쿠르드족에 대한 소설로는 ‘페쉬메르가의 연인’이 있다. 남녀의 사랑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부의 잔혹성을 함께 그린다. 실제로 후세인 정부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 독가스 공격까지 감행했다. 제목에 등장하는 ‘페쉬메르가’는 ‘죽음과 맞선 자’라는 뜻으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무장조직이다.

▦ 이라크 정부군이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와 만나면 도망치기 바빴던 것과 달리 페쉬메르가는 IS와 용맹하게 싸웠고 그 과정에서 2,000여명이 숨졌다고 한다. IS가 사실상 소멸하는데 있어 페쉬메르가의 공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KRG가 독립투표에 나섰다가 역공을 받고 있다. KRG가 관할하는 유전지대 키르쿠크를 이라크 정부군이 무력 탈환하며 압박하는데도 미국 등 국제사회는 방관하며 이라크 정부를 편들고 있다. 소수민족의 독립국가 건설은 이렇게 어렵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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