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랭킹 1위 박정환(24) 9단이 인공지능(AI) 딥젠고와 중국ㆍ일본의 정상 기사들을 모두 꺾고 25개월 만에 세계대회 우승을 맛봤다.
박정환 9단은 23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 마지막 날 중국의 미위팅 9단을 190수 만에 백 불계로 꺾고 대회 초대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창설된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인간 대회에 인공지능이 참가해 풀리그로 우승자를 가린 최초의 정식 대회다.
박정환 9단은 첫 날 1국에서 일본 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을 20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고, 2국에서는 딥젠고에 347수 만에 흑 불계승을 했다. 중국랭킹 2위인 미위팅 9단 역시 딥젠고와 이야마 유타 9단을 차례로 눌러 이날이 명실 상부한 정상 대결이었다. 백을 잡은 박정환은 초반부터 반상을 주도하며 중앙에 두터운 세력을 쌓아 완승을 거뒀다.
이 대회 참가자 중 유일하게 3승을 따낸 박정환 9단은 지난 2015년 2월 LG배 기왕전 우승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11년 후지쓰배 우승을 포함하면 박정환 9단의 통산 3번째 세계대회 우승이다. 국내에서는 40개월 연속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무적’이지만 세계대회에서는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던 박정환 9단이기에 더욱 뜻 깊은 우승이다. 한국 바둑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2016년 2월 강동윤 9단의 LG배 제패 이후 처음이다.
박정환 9단은 우승 상금으로 3,000만엔(약 3억260만원)을 받는다. 준우승 상금은 1,000만엔, 3위와 4위 상금은 각 500만엔이다.
한편 딥젠고는 이날 이야마 유타 9단을 상대로 23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1승2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딥젠고는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을 벌인 인공지능 ‘알파고’에 자극 받은 일본이 지난해 3월 바둑 프로그램 ‘젠’을 업그레이드해 개발해 만들어졌지만 박정환 9단과 미위팅 9단을 상대로는 끝내기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약점을 드러냈다. 딥젠고 개발자 가토 히데키 씨는 "종반 문제점은 버그가 아닌 학습 부족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계 톱 기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수확으로 본다"고 자평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