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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콩글리시를 바로 잡자

입력
2017.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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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약 8억명이 영어를 쓴다고 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이다. 이러다 보니 영어가 모국어인 영어권 원어민들도 사용하지 않던 토착 영어가 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 논문에서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콩글리시 및 영어에서 빌려온 단어가 약 3만5,000단어라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콩글리시 사전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콩글리시가 한국인의 창의성을 나타낸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잘 모르면서 쓰는 콩글리시를 원어민 영어로는 무엇인가 하는 의식을 갖고 원어민 영어를 알려는 노력만 해도 영어 단어를 부쩍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콩글리시다. 다음은 필자의 지인이 겪은 일화다. 어느 날 사우나에 갔더니 온탕을 알려주는 안내판에 warm bath가 아닌 worm bath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이 안내판을 보게 되면 자칫 벌레(worm)가 가득하다고 오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Sinchon Rot.’는 신촌로타리라는 표현인데 자칫 하면 신촌은 썩었다로 오해할 수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을 disabled parking lot이라고 표현해 놓은 곳도 있는데 parking space for the disabled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음식의 경우도 살펴보자. 한류 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 음식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 서울 도심 식당가의 메뉴판을 보면 음식명이 영어로도 소개가 되어 있는데, ‘소의 살코기나 간, 천엽, 양 따위를 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날로 먹는 음식’을 뜻하는 육회를 Six times로, 생고기는 Lifestyle meat로 표현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육회는 Beef Tartare, 생고기는 Raw Meat라고 해야 한다. 문자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보아 자동 번역기를 이용한 것이 확실하다는, 네티즌들의 분석도 있었다.

최근 들어 인공 지능 번역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외국어는 외국어 자동 번역기를 맹신하게 돼 외국어 학습을 안 해도 되는 신천지가 오는 것으로 착각한다. 자동 번역기는 우리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할 뿐 영어나 주요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크나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자동 번역기에서 나온 결과물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상식은 필요하다.

자동 번역기가 나오니 대학교 통번역학과 지원자가 줄어든다는 소문이 있는데 인공 자동 번역기가 나와도 통번역 전문가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현재 인공 자동 번역 수준은 발달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문화적 차이를 담아 내야 하는 등의 정교한 부분에서는 쉽게 인간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성진 코리아타임스 어학연구소 책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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