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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일상에서 실천하는 환경보호

입력
2016.05.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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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동네 빵집에 들어가 이것저것 보다가 빵을 사기로 했다. 친구가 먼저 계산대로 가서 결제했는데 판매하는 분이 친구가 고른 빵을 종이 봉지에 담은 후 그 봉지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친구에게 건넸다. 이것을 보면서 빵 한 개 사는 데 낭비가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왠지 마음에 걸렸다.

환경오염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산업활동 때문에 우리 지구 온도가 매년 1도씩 올라가고 있는 것도, 지구의 폐라고 부르는 아마존 열대 우림 면적이 조금씩 좁아지는 것도, 지구에서 매일 동물 중 한 종류가 멸종하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적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더라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래 왔다.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나는 머나먼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의 처지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던 것일까. 뇌로 들어오는 정보지만 마음을 별로 자극하지 않은 정보였다.

러시아에 살았을 때도 일상 속 환경 보호에 대해 별 신경을 안 썼다. 양치질할 때 물을 틀어 놓기도 하고 가전제품 플러그를 안 뽑고 외출할 때 전원을 끄지 않은 채 집을 나간 적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 신경 안 쓰기에 나도 자연스레 별생각이 없었다. 전기세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 오고 나서 심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신경 쓰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나도 나 자신에 놀랐다. 물도 보다 아껴 쓰게 되고 집에서 나갈 때 전기 코드 뽑기나 전자제품 전원 끄는 것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전기세를 아끼려는 것보다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물론 나 혼자서 지구를 구원할 수 없다. 그러나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한 명, 한 명씩 우리 자연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더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친구와 카페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일도 역시 카페에서 많이 한다. 동네 조용한 카페에 가서 노트북 열고 커피 마시며 일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내가 자주 오는 카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카페에 가면 커피를 꼭 머그잔에 달라고 한다. 괜히 일회용 컵을 쓰면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잔이라도 마신다고 하면 한 달에 30개의 일회용 종이컵을 쓰고 버린다. 30개 종이컵을 만들려면 작은 나무 한 그루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만 내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바꿔도 한 달에 나무 한 그루를 살려 주는 것인데 이렇게 종이컵을 머그잔으로 마시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 5명이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50명이면, 1,000명이면 더욱더 말 필요 없다.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진출처 ‘예민한안테나’ 페이스북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진출처 ‘예민한안테나’ 페이스북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는 아주 재미있는 것이 있다. 열차 승강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갈 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바로 옆에 계단도 있다. 그 계단을 올라가면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음악이 울리며 올라가는 사람이 지금 몇 칼로리를 태웠는지를 알려 준다. 전기를 엄청 많이 사용하는 에스컬레이터보다 내가 내 다리로 올라가는 것에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계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정말 무거운 짐 들지 않은 이상 항상 이 계단을 쓰도록 노력한다.

작지만 자연을 위해 나만의 기여방법을 고안하자. 여러분도 오늘부터 카페에 가서 종이컵이 아닌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집에서 핸드폰을 충전할 때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면 바로 코드를 뽑아 주는 것이 어떨까. 나는 이제 마트에서 쇼핑백이 필요하냐는 판매원의 질문에 항상 ‘노’라고 한다.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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