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미국 장애 대학생 편의 제공 급증에 “시험 불공정” 볼멘소리

알림

미국 장애 대학생 편의 제공 급증에 “시험 불공정” 볼멘소리

입력
2018.05.26 11:00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미국 대학생 약 25%는 우울증과 정서 불안 증상을 보이는 장애 학생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미국 연방법에 따라 각종 편의를 받게 되는데, 이 편의가 불공정 논란을 부르고 있다. 각 대학이 시험을 치를 때 장애 학생에게 제공하는 시간이나 장소 상의 편의가 불공정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의사로부터 장애 증명서를 발급받아 편의를 제공받는 받는 대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대학도 이들 학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 있는 포모나대는 재학생 22%가 장애학생이다. 잰 콜린스-이글린 학생복지담당 부학장은 “포모나에는 불안이나 스트레스 수준이 상당히 높지만 전망이 밝은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주로 엘리트 대학이나 학비가 비싼 사립대에서 장애학생 비율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방정부와 각 대학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의 햄프셔ㆍ앰허스트ㆍ스미스대, 뉴욕주의 예시바대는 장애 학생 비율이 20%다. 오하이오주의 오벌린대는 25%, 버몬트주의 말보로대는 장애학생 비율이 30%까지 올라간다. 소규모 사립학교일수록 그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22개주 거점 공립학교에서도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장애를 이유로 시험에서 특별 편의를 받는 학생 수가 71% 증가했다.

장애학생들이 시험에서 받는 편의는 장애에 따라 다르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비교적 외부 자극이 없는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미네소타대는 올해 인근 호텔을 빌려 장애학생들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켄터키대에서는 학생들을 방해하는 잡음이 나지 않도록 카페트를 깔고 문에 테이프를 붙이는 등 특별한 시험용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시험을 치를 수도 있고, 다른 학생들보다 2배 이상의 시험시간을 허가 받기도 한다.

장애학생들은 시험 도중 공황상태에 빠지면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장애학생들은 시험 도중 공황상태에 빠지면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몇몇 교수들은 장애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 시험이 불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아리 트라첸버그 보스턴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채점을 상대평가로 한다면 이런 차이는 결국 비장애학생들에겐 불공정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장애학생에게 부여하는 추가 시간의 양과 실제 시험에 미치는 영향을 연결시킬 만한 공정한 척도도 없다”고 지적했다.

비장애학생들 역시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냈다. 앰허스트 대학에서 화학과 수학을 복수전공한 라일라 만스타인은 올해 평균 B+학점 성적으로 졸업할 예정인데 주의력 결핍 장애를 안고 있기 때문에 통상 시험 시간이 다른 학생들의 1.5배였다. 만스타인은 “한 동급생이 자기에게도 추가 시간이 주어진다면 난 A학점으로 졸업했을 것이라고 하더라. 난 내게 추가 시간이 필요치 않다면 난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랬더니 그가 입을 다물었다”고 말했다.

장애학생들에게 추가 시간이 절실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벌린대에서 장애학생 대응부서의 임시 대표를 맡고 있는 모니크 버그도프 부학장은 “추가 시간이 있으면 장애학생들이 정신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험 도중 불안과 공황상태에 빠진다면 추가 시간을 부여해 시험을 치르는 학생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고 “이런 시간이 없으면 이들은 졸업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의 장애 학생 편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놓았던 미리암 프리드먼 변호사는 “이런 편의는 엄연히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고, 비장애학생들이 장애학생보다 더 많은 사항을 요구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가난한 학생보다는 부유한 학생들일수록 편의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주로 학비가 비싼 사립대학이나 소위 고급 대학에서 장애 학생 비율이 높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학교 운영진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생에 대한 편의가 학문적 엄격성을 저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앰허스트대의 장애학생 접근성 확대 담당자인 조디 폴리는 “다양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앰허스트대 학생의 학문적 성취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우리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