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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년 만에 ‘소년 사형수’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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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년 만에 ‘소년 사형수’ 집행

입력
2017.12.20 16: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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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무당국이 19일 소년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20년만에 단행했다. NHK 화면 캡처
일본 법무당국이 19일 소년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20년만에 단행했다. NHK 화면 캡처

미국과 함께 대표적인 사형제 존치 국가인 일본에서 소년범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이 힘을 받고 있다. 19일 전격적인 사형집행이 이뤄지면서 소년법 적용 연령을 현행 20세 미만에서 18세로 낮추는 논의가 본격화될 분위기다.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 단체들은 “정신적으로 미숙한 나이에 일으킨 사건에 대한 사형 집행은 국제적인 흐름에 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은 전날 도쿄구치소에서 강도살인과 살인죄를 저지른 사형수 2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20일 발표했다. 1992년 지바(千葉)현 이치카와(市川)시에서 일가 4명을 살해한 세키 데루히코(關光彦ㆍ44)와 1994년 군마(群馬)현 안나카(安中)시에서 교제 여성과 그의 부모를 죽여 사형을 선고 받은 마쓰이 기요시(松井喜代司ㆍ69)이다. 사형집행은 지난 7월 이래 5개월 만으로, 2012년 제2차 아베(安倍) 내각 출범후 21명째다. 현재 수감중인 사형수는 122명이다.

특히 세키 데루히코는 범행 당시 19세로 이른바 ‘소년 사형수’의 집행은 1997년 이래 20년 만이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기적인 이유로 존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극히 잔인한 사건을 저질렀다”며 “거듭 신중히 검토한 끝에 집행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세키 데루히코는 1992년 3월 폭력단 관계자의 빚 독촉을 받자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중역 집에 침입해 노모를 교살하고 귀가한 부인과 중역, 딸을 흉기로 살해한 뒤 현금 34만엔과 예금통장을 탈취했다.

앞서 변호인 측은 “교정 가능성이 있는 소년의 양형은 신중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최고재판소(대법원)는 “4명의 생명을 빼앗은 결과가 극히 중대하고 범행수법이 냉혹하다”며 사형을 확정했다. 마쓰이 기요시는 사귀던 여성이 결혼을 거절하자 1994년 2월 노상에서 귀가 중인 여성의 얼굴을 흉기로 때려 살해했다. 이어 여성의 집에 들어가 부모도 같은 수법으로 죽였다. 사형수 2명은 모두 재심청구 중이었지만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번 집행으로 법제심의회(법무장관 자문기구)의 소년법 연령인하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최고재판소는 1983년까지는 범인의 나이가 고려돼야 한다며 갱생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1999년 야마구치(山口)현 모자(母子) 살해사건 당시 18세 1개월이던 피고에 대해 “참작할 사정이 없는 한 사형을 선택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한 게 분위기를 바꿨다. 2015년엔 소년법 개정으로 18세 미만이던 징역 및 금고의 유기형 상한이 20세로 높아졌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19일 “성장환경의 영향이 강한 소년범에 모든 책임을 지워 사형시키는 게 사법본연의 자세로 공정한가”라며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범죄피해자지원 변호사포럼이 “재심청구를 연명을 위해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면 피해자 유족은 견디기 어렵다”며 “집행을 회피하면 피해자의 슬픔과 원통함은 바뀌지 않는다”고 지지성명으로 맞섰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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