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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의 펭귄뉴스] 남극 ‘사이 좋은 이웃’ 턱끈펭귄ㆍ젠투펭귄이 함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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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의 펭귄뉴스] 남극 ‘사이 좋은 이웃’ 턱끈펭귄ㆍ젠투펭귄이 함께 사는 법

입력
2018.02.02 14: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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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투펭귄(앞쪽) 서식지와 턱끈펭귄 서식지가 나란히 붙어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젠투펭귄(앞쪽) 서식지와 턱끈펭귄 서식지가 나란히 붙어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먹이ㆍ번식 시기 같은데 경쟁 안해

각각 먼 바다-인근 해역서 사냥

1m 인접해 새끼 키우면서 공존

펭귄마을에 사는 3,000여쌍의 턱끈펭귄과 2,500여쌍의 젠투펭귄은 같은 공간에서 번식을 한다. 선호하는 둥지 위치가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긴 하지만, 불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함께 새끼를 키우기도 한다. 두 펭귄이 살아가는 모습은 겉보기에 지극히 평화롭게 보였다. 서로 공격적으로 대하는 행동 없이 그저 각자 자기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만 열중했다. 게다가 이 두 종의 펭귄은 바다로 먹이사냥을 나갈 때 종종 섞여서 다니기도 했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 왜 이 둘은 서로 싸우지 않을까.

턱끈펭귄과 젠투펭귄은 남극크릴이라는 먹이원을 공유하고, 비슷한 시기에 번식을 하기 때문에 생태학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다. 만약 경쟁에서 밀리면 한 쪽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지금껏 두 종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둘 사이의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턱끈펭귄과 젠투펭귄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을까.

취식행동을 알아보기 위한 GPS를 달고 있는 젠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취식행동을 알아보기 위한 GPS를 달고 있는 젠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미국의 밀러 박사 역시 필자와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4년 간 킹조지섬 어드미럴티 만에 사는 턱끈과 젠투펭귄의 취식행동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해 펭귄들에게 위성수신기를 부착했다. 신호에 잡힌 위치 정보를 수집한 결과, 턱끈펭귄은 만을 벗어나 육지에서 떨어진 외해로 나가서 먹이를 찾은 반면에 젠투펭귄은 만 안쪽 지역을 돌아다녔다. 활동 시간에서도 차이를 나타냈는데, 턱끈펭귄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바다로 나갔지만 젠투펭귄은 주로 낮에만 집중적으로 먹이를 구했다. 두 종의 취식지역과 시간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일본 극지연구소 고쿠분 박사가 2006년 겨울, 펭귄마을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수심기록계를 이용해 두 종의 잠수행동을 관찰한 결과에서도 취식영역에 차이가 있었다. 턱끈펭귄은 번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로 나가서 깊은 잠수를 하는 빈도가 높았지만, 젠투펭귄은 육지에서 가깝고 얕은 바다에서 움직였다.

새끼에게 먹이를 뱉어주고 있는 젠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새끼에게 먹이를 뱉어주고 있는 젠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필자 역시 두 종의 타협점을 알기 위해 2014년부터 매년 펭귄마을에서 GPS를 달아주고 있다. 이제까지의 결과를 보면 선행연구와 마찬가지로 두 종이 자주 찾는 취식장소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2월에 관찰된 턱끈펭귄 19개체 중 15개체가 외해로 나갔으며 그 가운데 6개체는 번식지에서 약 20㎞ 떨어진 해저산맥이 위치한 곳에서 머물렀다. 반면 젠투펭귄은 17개체 가운데 13개체가 육지에서 가까운 맥스웰 만에서 취식활동을 했다. 턱끈펭귄과 젠투펭귄은 남극크릴을 사냥하는 공간을 차별화하면서 종간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지구엔 수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간다. 가장 극한 환경이라고 알려진 남극해에도 8,000종이 넘는 해양생물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한 상호 관계 속에서 공존하기 위해 남극의 상위포식자인 펭귄들은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 그것은 한 걸음 물러서서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고 상대의 공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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