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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또다시 ‘박근혜’를 뽑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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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또다시 ‘박근혜’를 뽑을 텐가

입력
2017.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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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 부족한 대통령 뽑은 지난 대선 실패

후보 도덕성, 철학, 가치관 검증 철저해야

촛불혁명 완수하려면 유권자 깨어 있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정국 분위기로 볼 때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의 신속심리 의지가 강해 이르면 내달 탄핵 결정이 나오고, 그러면 ‘벚꽃 대선’이 눈앞에 다가온다. 19대 대선이 불과 넉 달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지난 대선은 명백히 실패한 선거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할 위기에 내몰린 것만으로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은 우리 역사에서 퇴보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이 받은 상처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권자들은 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경보음은 여러 차례 울렸다. 필자가 대선 5일 전 ‘‘박근혜 대통령’이 걱정되는 이유’라는 칼럼에서 썼듯 그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퇴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아버지의 유업을 잇기 위해 과거에 매달리고 측근들만 발호할 것”이라는 예상도 그대로 됐다. 국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을 가려내기보다는 맹목적인 기대와 신뢰를 던진 결과다.

정치 지도자의 말은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이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평소의 언행과 토론 등을 통해 드러난다. 박근혜 정계 입문 이후 늘 따라 다닌 얘기는 “말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전은요”“참 나쁜 대통령”같은 단답식 화법은 심오함이 아닌 콘텐츠 부족이었다. 대선 TV토론에서 박근혜는 정책 현안을 묻는 질문에 “그러니까 내가 대통령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만 반복했다. 대통령의 자질로 달변이 요구된다는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과 철학, 가치관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거다. 유권자는 후보들의 말과 태도가 깊은 사유와 고뇌에서 나온 것인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뒤 청와대 참모진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23일 만이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뒤 청와대 참모진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23일 만이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 당선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이 큰 역할을 했다. 저소득층조차 비슷한 공약을 제시한 야당보다는 실행력을 믿고 여당 쪽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1년도 안돼 ‘박근혜 공약’은 부도수표가 됐다. 경제민주화는 폐기 처분됐고,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은 축소하거나 후퇴됐다. 박근혜는 표를 얻으려 고도의 사기극을 벌였고, 유권자는 거기에 속아 넘어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살아온 그에게 경제민주화는 애초에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급조된 요란한 장밋빛 구호에 현혹될 게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줬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드러난 친박계의 저열한 행태는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여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었는데, TK 지역중심으로 뭉친 친박계는 수구적인 데다 집단의식이 강하고, 전문성은 부족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를 자처하는 친박 같은 집단의 득세를 막으려면 후보 주변에 포진한 참모들의 수준과 자질도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최순실 스캔들이 난데없이 터진 건 아니다. 이미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최태민-최순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측에서 TK정서를 거스르지 말자는 전략적 차원과 이명박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적당히 덮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검증만 제대로 했어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다.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 번도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검증은 당연히 필요한 절차다. 도덕성과 정치 철학, 국내 현안에 대해 이해도, 정책 준비 정도 등이 검증돼야 하고, 반 총장도 이를 마다해서는 안 된다.

촛불혁명은 아직 미완의 상태다. 광장의 다짐은 박 대통령 탄핵에 머물지 말라고 말한다. 사회 전반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대통령 선거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제2의 박근혜가 나타날지 모른다.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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